캐나다와의 무역 협상 중단·보복 관세 부과
SNS 통해 “한국에서 카니 만나지 않을 것”
캐나다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무슨 ‘투명인간’처럼 취급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행이 말레이시아에 이어 한국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참가자들을 위한 만찬장에서 조우한 두 사람은 건배 때 잠깐 눈이 마주치긴 했으나, 유의미한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9일 CBC 방송 등 캐나다 언론에 따르면 카니와 트럼프는 이날 저녁 이재명 대통령이 경주 힐튼 호텔에서 주최한 만찬에 나란히 참석했다. 에이펙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들 가운데 카니와 트럼프를 포함해 7명이 함께했다. 만찬 테이블 좌석 배치를 보면 트럼프는 이 대통령 바로 오른쪽에 앉았고, 트럼프와 정확히 마주보는 맞은편 자리에 카니가 착석했다.
두 정상은 한국에 오기 전 26∼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도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둘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리기는커녕 서로 인사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조차 포착되지 않았다. 이는 트럼프가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전부터 “카니 총리와 아주 오랫동안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데 따른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을 거쳐 한국에 입국한 트럼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캐나다를 보러 한국에 온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방한 기간 동안 카니와 얼굴을 맞댈 일은 없을 것이란 엄포인 셈이다.
이날 만찬장에서 건배를 하는 동안 트럼프가 카니와 눈을 맞추는 광경이 방송사 카메라에 포착되기는 했다. 만찬이 끝난 뒤 카니는 취재진에게 “한국에서 만난 미국 대통령과 아주 유익한 대화(very good conversation)를 나눴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캐나다 언론은 “양국 정상이 건배를 나누며 서로를 인정하긴 했으나 진지한 얘기를 주고받진 않은 듯하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와 카니는 대체 어쩌다가 사이가 이렇게 틀어진 걸까. 미국은 올해 초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캐나다와 오랫동안 관세 등 무역 협상을 진행했다.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폭탄 발언 때문에 양국 관계가 한때 극도로 악화하기도 했으나 이달 들어 많이 호전됐다. 지난 7일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와 카니의 정상회담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끝나며 ‘양국 간에 관세율 재조정 등을 포함한 무역 협정 체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 캐나다 온타리오주 주정부가 후원한 TV 광고가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놓고 말았다. 이 광고는 캐나다를 비롯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관세 부과를 비난하는 메시지가 핵심이다. 미국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1981∼1989년 재임)이 1987년 라디오 연설에서 “관세는 모든 미국인에게 해를 끼칠 뿐(hurt every American)”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광고 영상에 담겨 있다.
미국과 국경을 접한 온타리오주는 캐나다 최대 도시 토론토가 있는 곳이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구단들 중 유일하게 캐나다에 연고지를 둔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올해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우승을 다투고 있다.
레이건을 끔찍이 존경하는 트럼프는 온타리오주 광고에 격분했다. 그는 문제의 영상이 레이건이 행한 연설의 전체 맥락은 무시한 채 앞뒤를 자르고 딱 한 문장만 인용함으로써 심각한 왜곡을 저질렀다며 이를 “사기”(fraudulent)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캐나다와 진행 중이던 무역 협상의 전면 중단을 선언한 것으로도 모자라 캐나다에 10%의 추가 관세를 물리는 보복 조치까지 꺼내들었다.
카니는 캐나다 연방정부도 아니고 일개 주정부가 취한 행동 때문에 미국과 관계가 틀어지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는 “언제든 미국과 함께 앉을 준비가 돼 있다”는 말로 협상이 재개되기만 바란다는 강한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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