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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안사면 1년 뒤 후회할 것”…‘이것’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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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30 06:22:55 수정 : 2025-10-30 06:48:12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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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금이 아니라 구리다”…글로벌 경기 회복의 신호탄, ‘닥터 코퍼’가 돌아왔다

금값이 숨 고르기에 들어선 사이 구리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글로벌 자본의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구리 가격은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게티이미지

미·중 갈등 완화 조짐과 함께 AI·전기차·재생에너지 등 산업 전반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닥터 코퍼(Dr. Copper·경기를 진단하는 금속)’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구리, 17개월 만의 최고가…금 대신 ‘성장 자산’ 부상

 

29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전날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1만917달러(한화 약 1553만원)로 마감했다.

 

한 달 전보다 7.8% 상승한 수치다. 지난 27일에는 장중 1만1094달러까지 치솟으며 17개월 만의 최고점을 찍었다.

 

국내 시장에서도 구리 관련 상품이 고공행진 중이다.

 

유가증권시장 원자재 상장지수펀드(ETF) 중 ‘TIGER 구리실물’은 최근 일주일간 13.93% 올라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KODEX 구리선물(H)’ 역시 10.43%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금·은 ETF가 2~4%대 상승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금이 안전자산이라면, 구리는 성장자산이다. 최근 금값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실물경제 회복을 반영하는 구리가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구리는 전력망, 전자제품, 자동차, 건축 등 산업 전반의 필수 소재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재생에너지 설비는 모두 구리를 대량으로 사용한다.

 

전기차 1대에는 내연기관차의 3배 이상의 구리가 들어가며, 태양광 패널·풍력발전기·송전선에서도 빠질 수 없는 핵심 금속이다.

 

AI와 전기차, 친환경 인프라 확충은 단기 유행이 아닌 산업 구조 변화여서, 이런 구조적 수요 증가는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친환경 정책이 강화될수록 구리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진다. 탄소중립은 곧 구리 소비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

 

◆산업 수요 폭발…AI·전기차·그린 인프라가 ‘구리 시대’ 이끈다

 

수요 급증에 비해 공급망은 불안정하다.

 

세계 주요 구리 산지인 칠레, 콩고민주공화국, 인도네시아의 광산에서 잇따라 사고와 운영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 광산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 이후, 내년 생산량이 약 35% 감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한 경제 전문가는 “수요는 견조한데 공급이 줄면 가격 상승 압력은 구조적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구리 가격 상승은 단순한 투기 장세가 아니라 공급 리스크를 반영한 구조적 변화”라고 설명했다.

 

◆경기 회복 신호로 읽히는 구리…‘닥터 코퍼’의 귀환

 

‘닥터 코퍼(Dr. Copper)’라는 별명처럼, 구리 가격은 글로벌 경기의 체온계를 상징한다.

 

산업 전반의 수요 회복 없이는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을 단순한 원자재 랠리가 아니라 경기 확장 사이클의 복귀 신호로 해석한다.

 

구리 가격 상승은 글로벌 생산 활동의 회복을 반영한다. 이는 경기 사이클이 다시 확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최근 미·중 간 긴장이 완화되면서 양국이 모두 인프라 투자 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구리 수요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갈등이 완화될 경우 미국은 그린 인프라, 중국은 도시 재개발과 제조업 고도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구리 수요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지정학 완화가 불쏘시개…미·중 ‘인프라 경쟁’도 구리 밀어올려

 

급등에 따른 단기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급 차질과 산업 수요의 강세를 감안할 때 조정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한 자산운용 전문가는 “최근 구리 ETF 급등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지만,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만큼 하락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조정 구간은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분석가들도 연말까지 추가 상승 여력을 점치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1만1000달러선이 단기 저항선이지만 거래량과 펀더멘털 모두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의 장기 전망과 경고…“공급난 지속, 하지만 낙관은 금물”

 

전문가들은 향후 2~3년간 구리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신규 광산 개발은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구리 가격은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을 “구리의 10년”으로 부를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게티이미지

일각에서는 단기 과열을 경계한다.

 

한 전문가는 “글로벌 경기 둔화나 미·중 관계 재악화 등 외부 변수가 발생하면 구리 수요가 일시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전자산의 시대’에서 ‘성장자산의 시대’로. 금이 불안의 시대를 대표했다면, 구리는 회복과 재건의 상징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을 “구리의 10년”으로 부를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AI·전기차·친환경 에너지의 확산이 지속되는 한, ‘닥터 코퍼’의 맥박은 계속 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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