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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IP神이 한화에 제대로 강림했다…’ 8회에만 빗맞은 안타 3개로 ‘약속의 8회’ 만들어낸 한화, 기적 같은 역전승으로 26년 만에 KS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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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30 02:16:02 수정 : 2025-10-30 02:16:01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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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훈 기자] 야구라는 스포츠가 참 어렵다. 잘 맞은 타구가 수비 정면으로 가서 뜬공이나 땅볼로 아웃이 되기도 하고, 빗맞은 타구가 절묘한 코스에 떨어져 안타가 되기도 한다. 팬들은 빗맞은 타구가 코스가 좋아서 혹은 수비 시프트에 의해 안타로 바뀔 때 BABIP(인플레이 타구의 안타율)神의 가호라고 부르기도 한다.

 

29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LG와 한화의 2025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이 딱 BABIP神(바빕신)의 가호가 제대로 강림한 한 판 승부였다. 잠실 원정에서 1,2차전을 대패당하며 벼랑 끝에 몰렸던 한화가 ‘약속의 8회’에만 빗맞은 타구 3개가 모두 안타로 연결되면서 1-3으로 뒤지던 경기를 7-3으로 뒤집어 승리를 거뒀다.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심우준, 김서현 등 LG에 7대3 역전승을 거둔 한화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뉴스1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 김경문 감독이 LG에 7대3 역전승을 거둔 뒤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스1

8회 시작부터 바빕신의 가호가 제대로 한화에 강림했다. LG 염경엽 감독은 선발 손주영을 5이닝만 소화하게 했고, 6회 김진성, 7회 함덕주로 한화 타선을 잘 봉쇄했다. 8회엔 원래의 공식대로라면 우완 신인 김영우가 나와야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바꿔 1,2차전에서 3이닝을 던져 무실점으로 막아낸 좌완 송승기를 냈다. 이에 김경문 감독은 9번 타순 이도윤 대신 대타 김태연을 투입했다. 김태연의 타구는 2루수와 유격수, 중견수 사이에 떴다. 천하의 박해민마저 잡을 수 없는 타구였다. 박해민의 글러브에 공이 들어갔다가 튀기면서 김태연은 2루까지 도달했다.

 

무사 2루, 타석엔 손아섭. 앞선 세 타석에서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던 손아섭은 이번엔 달랐다. 송승기의 공을 잡아당겨 잘 맞은 우전 안타로 찬스를 연결해줬다. 무사 1,3루. 그러나 리베라토가 체크스윙이 스윙 판정을 받으면서 1사 1,3루가 됐다.

 

염경엽 감독은 여기에서 승부를 걸었다. 마무리 유영찬을 마운드에 올려 5아웃 세이브를 맡겼다. 그러나 유영찬은 첫 타자 문현빈을 빗맞은 좌익수 뜬공으로 유도했지만, 이 역시 좌익수 김현수가 잡기엔 애매한 코스로 떨어졌다. 3루 주자 김태연이 홈을 밟으며 한화가 2-3으로 추격했다.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8회말 2사 만루상황에서 한화 황영묵이 밀어내기 볼넷을 얻고 동점이 되자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유영찬은 4번 타자 노시환을 4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 돌렸다.

 

그러나 이후 유영찬의 제구가 흔들렸다. 채은성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며 2사 만루에 몰리더니 대타 황영묵을 상대로도 제구가 흔들리며 결국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3-3 동점이 됐다.

 

유영찬이 흔들렸지만, LG 벤치는 유영찬을 내리지 않았다. 후속타자가 심우준이었기 때문. 심우준은 지난 겨울 FA 자격을 얻어 4년 최대 50억원의 ‘잭팟’을 터뜨리며 한화에 입단했지만, 극악의 타격부진으로 인해 이번 가을엔 주전 자리를 빼앗겼다. 이날 경기도 7회 하주석의 대주자로 기용됐으나 2루 도루에 실패하며 팀에 민폐만 끼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8회말 2사 만루 한화 심우준이 2타점 적시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대전 중구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한화이글스가 7-3으로 승리를 거뒀다. 한화 심우준이 포텐터짐상을 수상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심우준이 모처럼 몸값을 했다. 비결은 역시 빗맞은 안타였다. 1B-1S에서 유영찬의 151km짜리 몸쪽 직구를 잡아당겼다. 배트가 부러지며 빗맞아 날아간 공은 3루수 뒤쪽의 사각지대에 떨어지며 2타점 적시 2루타가 됐다. 한화가 5-3으로 역전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LG 벤치는 유영찬을 내리고 김영우를 올렸지만, 타석의 최재훈이 밀어친 타구가 2타점 우전 적시타가 되면서 한화는 7-3까지 달아나며 승기를 굳혔다.

 

8회 1사 1,3루에 올라왔다가 말도 안 되는 폭투로 한 점을 내줬으나 뜬공 2개로 추가 실점을 막아낸 김서현이 9회 마운드에도 섰다. 넉점 차라는 넉넉한 리드였기에 가능했다. 김서현은 선두타자 문보경에게 안타, 1사 후 박동원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며 1사 1,2루에 몰렸으나 대타 문성주를 병살타로 처리하며 이번 가을야구에서 처음으로 제 역할을 해냈다. 처음으로 팀 승리를 지켜낸 김서현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7-3으로 승리를 거둔 한화 김서현이 경기가 끝난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 김서현이 LG에 7대3 역전승을 거둔 뒤 포효하고 있다. 뉴스1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7-3으로 승리한 한화의 김서현이 경기 종료 후 더그아웃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경기만 보면 마치 바빕신이 한국시리즈를 더 보고싶어서 강림한 게 아닐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빗맞은 안타 3개가 한화의 운명을 바꿔놓은 경기였다. 경기 뒤 한화 김경문 감독 역시 “8회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면서 행운이 따랐다. 선두 타자 김태연이나 심우준의 역전타 등이 잘 맞은 것이 아니고 사실 먹힌 타구였는데 8회에 운이 우리 팀에 왔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패배한 LG 선수들이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패배한 LG 선수들이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승리로 한화는 2006년 이후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승리를 따냈고, 1999년 이후 26년 만에 한국시리즈 홈 경기에서 이겼다. 아울러 김경문 감독 역시 개인적으로 두산 감독 시절이던 2008년 한국시리즈 1차전 이후 무려 17년 만에 승리를 거뒀다. 게다가 앞선 네 번의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4연패로 스윕을 당했던 김경문 감독으 한국시리즈에서 처음으로 패배 뒤 승리를 거둔 첫 경기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오면 승리를 잘 못 땄는데 선수들에게 굉장히 고맙다”며 “한국시리즈 승리가 한참 된 것 같아서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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