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7조원 구제금융 약속에 여론 반전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집권 자유전진당이 예상을 깨고 압승을 거뒀다. 이로써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국정 동력 확보에 청신호가 켜졌다. 승리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김’이 지목된다.
기예르모 프랑코스 아르헨티나 수석 장관(총리급)은 2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전진당이 40.85%, 페론주의(좌파 포퓰리즘 성향 정치 이념) 야당이 24.85%를 각각 득표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집권당 동맹(범여권)은 전체 하원 257석 중 자유전진당 81석을 포함해 110석가량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야권 단독 입법을 견제하고 정부 입법안에 대한 야당의 부결 시도를 막을 수 있는 저지선인 86석을 충분히 넘어선 결과다. 기존에는 80명 선이었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여당 선거대책본부에서 “변화와 개혁을 추구해야 한다는 국가적 사명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재신임해 주셨다”고 강조했다.
자유전진당의 압승은 예상을 뛰어넘은 결과다. 지난달 치러진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지방선거에서는 페론주의 야당에 참패했다. 자유전진당이 ‘전기톱 개혁(대규모 긴축과 정부 효율화)’으로 물가 상승이 둔화하는 등 일부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장치 없는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과 측근 부패 의혹이 잇따르자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탓이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정반대의 선거 결과가 나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사격’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최대 400억달러(약 57조원) 규모의 경제 지원 조건으로 ‘여당 승리’를 내걸었다. 이는 브라질과 밀착하며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전기톱 개혁’을 추진하는 밀레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트럼프의 성향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페론주의 야당의 ‘정치적 실기’도 이번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부패 문제에 전통적으로 취약했던 페론주의 야당이 밀레이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해 효과적인 공세를 펼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페론주의의 ‘적통’으로 인식되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72) 전 대통령이 지난 6월 재임 중 비리 혐의로 징역 6년 형을 확정받은 전력이 있어, 유권자들에게는 도덕성 공세 자체가 설득력을 잃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역대 최저인 68%에 그쳐 페론주의 야당은 유권자들을 투표로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하상섭 국립외교원 교수는 “남미에서는 부패 문제보다는 물가 상승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하다”며 “아르헨티나 시민사회가 밀레이 대통령의 개혁 정책을 계속 유지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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