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 前 대사 “유엔, 한반도 안보·평화에 기여”
유엔군 사령관 “동맹·연대의 정신으로 하나 돼”
유엔 창설 80주년 그리고 유엔군의 6·25 전쟁 참전 75주년을 맞아 전쟁기념사업회(회장 백승주)가 다채로운 사업을 펼쳤다. 유엔은 1945년 10월 24일 출범했는데, 이를 기념해 해마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선 ‘유엔 참전 기념행사’가 열린다.
26일 전쟁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오준 전 주(駐)유엔 대표부 대사가 지난 24일 전쟁기념관에서 ‘유엔에서 본 한반도 안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현재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을 맡고 있는 오 전 대사는 경기고·서울대를 졸업하고 1978년 제12회 외무고시에 합격했으며, 주싱가포르 대사를 거쳐 3년여 동안 유엔 대사(2013∼2016년 재임)를 지냈다.
전쟁기념사업회는 매월 1회 안보·문화·경제·사회·교육 등 다양한 분야 인사들을 초청해 고견을 듣고 청중과 일문일답도 나누는 ‘용산 특강’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이번 오 전 대사의 강연도 이 특강 프로그램 일환으로 성사됐다.
오 전 대사는 1950년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일어난 6·25 전쟁을 “유엔 창설의 핵심 목적인 ‘집단안보’에 정면으로 도전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당시 유엔은 한국을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로 승인했는데, 북한이 이를 무시하고 한국을 침략하자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미국을 비롯한 상당수 유엔 회원국이 전투 병력이나 의료진을 한반도로 보내 한국을 도운 것도 그 때문이다. 오 전 대사는 “유엔군의 6·25 전쟁 참전은 유엔이 실제로 군사력을 동원해 집단안보를 실현한 첫 사례였다”고 강조했다.
전쟁 당시 유엔군을 지휘했던 유엔군사령부는 정전 후 70년 넘게 지난 현재도 유엔 산하의 유일무이한 기구로 존속하며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고 있다.
오 전 대사는 미국 등 자유주의 진영과 소련(현 러시아) 등 공산주의 진영이 치열하게 대립한 동서 냉전 시기에 유엔이 한반도 문제를 다뤄온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1991년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과 이후 불거진 북한의 핵무기 개발, 북한 주민의 인권과 인도적 지원 문제까지 유엔과 한반도의 관계를 폭넓게 다뤘다.
유엔 입장에서 보면 남북한은 서로 별개인 두 개의 회원국일 뿐이다. 1990년 통일 이전 동·서독과 비슷하다. 오 전 대사는 이 점을 거론하며 “유엔이 회원국에게 통일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북한 통일을 위해 유엔이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별로 없다”고 솔직하게 진단했다.
그렇다고 한반도 안보와 평화를 위한 유엔의 공헌을 무시할 순 없는 노릇이다. 오 전 대사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중재·조정 등 유엔과 역대 유엔 사무총장들의 헌신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남북한이 통일을 이루면 독일이나 예멘처럼 하나의 유엔 회원국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며 “한반도 정전 체제를 수호해 온 유엔사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같은 날 전쟁기념관 중앙홀에선 ‘2025 유엔 참전 기념행사’ 개막식이 열려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사령관(미국 육군 대장), 데릭 매컬리 유엔사 부사령관(캐나다 육군 중장), 필립 라포르튠 주한 캐나다 대사 등이 함께했다. 전쟁기념사업회 백승주 회장은 환영사에서 “유엔군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브런슨 사령관은 “동맹과 연대의 정신은 여전히 우리 안보의 근간”이란 말로 화답했으며, 라포르튠 대사는 “오늘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향한 공동의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며 여전한 연대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일요일인 26일까지 사흘간 이어진 ‘2025 유엔 참전 기념행사’는 공공외교 사진전, 국군 의장 행사,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모터 사이카 퍼레이드, 육군 1군단 태권도 시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가족 단위로 전쟁기념관을 찾은 시민들에게 뜻깊은 경험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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