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그대로인데 양만 줄었다.”
국내 대표 치킨 브랜드 교촌치킨이 최근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논란에 휩싸인 끝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제품 중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인상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순살치킨 메뉴 4종의 중량과 원육 구성을 모두 원래대로 되돌리기로 한 것이다.
소비자 여론의 역풍을 의식한 조치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신뢰 회복 행보’로 평가된다.
◆논란의 시작은? ‘700g에서 500g으로’…조용한 인상에 소비자 분노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는 지난달 순살치킨 신메뉴 출시와 함께 기존 4종 메뉴의 중량과 재료 구성을 일괄 변경했다.
간장·레드·반반(간장+레드) 등은 700g에서 500g으로, 반반(레드+허니)은 600g에서 500g으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닭다리살만 쓰던 기존 제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닭가슴살을 혼합하고, 소스 도포 방식도 ‘붓으로 일일이 바르는 정통 방식’에서 ‘버무림 방식’으로 바꾸며 조리 효율성을 높였다.
소비자 반응은 싸늘했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양이 줄었다”는 비판이 소비들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교촌마저 이럴 줄은 몰랐다”는 실망 섞인 댓글이 이어지며 브랜드 이미지는 빠르게 흔들렸다.
결국 교촌은 논란이 불거진 지 한 달여 만에 중량과 조리 방식을 모두 원상복구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다음달 20일부터 시행된다.
◆“가격보다 신뢰”…교촌의 ‘리버스’ 결정 배경
업계에서는 교촌의 이번 결정이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신뢰를 선택한 조치로 본다.
전문가들은 “교촌이 ‘가격보다 신뢰’라는 시장의 신호를 정확히 읽었다”고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을 올리지 않더라도 중량을 줄이는 건 소비자 입장에선 ‘보이지 않는 인상’으로 받아들여진다”며 “교촌의 이번 결정은 단기 수익보다 브랜드 신뢰 회복을 택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슈링크플레이션은 물가 상승기에 기업이 수익성을 지키기 위한 전략이지만, 교촌처럼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시장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심리의 역습…“양보다 중요한 건 진심과 투명성”
소비자 반발의 핵심은 단순한 중량 감소가 아니었다.
변화의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불투명한 조정’이 불신을 키운 것이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양이 줄었다’는 사실보다, 그 변화가 공정하게 설명되지 않았다는 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교촌의 이번 결정은 뒤늦게나마 신뢰 회복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내용물이 줄면 소비자는 ‘속았다’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는 단순한 불만이 아닌 브랜드에 대한 감정적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정보에 밝고, 빠르게 집단행동을 한다. 교촌의 신속한 ‘원상복구’는 부정 여론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심리적 방어 조치라는 분석이다.
◆브랜드 정체성과의 충돌…“프리미엄 브랜드는 품질이 곧 약속”
교촌은 오랜 기간 ‘프리미엄 치킨’ 이미지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가격은 다소 높지만, 재료의 질과 정성을 내세워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해왔다.
그런 교촌이 원육 구성과 조리법까지 효율성 중심으로 변경한 것은 브랜드 포지셔닝과 충돌하는 결정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교촌의 프리미엄 이미지는 ‘좋은 원육’과 ‘정성스러운 조리’라는 약속 위에 세워졌다”며 “닭가슴살 혼용은 그 약속을 깬 행위로, 브랜드 정체성에 타격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복귀는 단순한 품질 회복이 아니라 브랜드 약속의 복원”이라며 “앞으로 소비자 신뢰가 프랜차이즈의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가 상승과 원가 부담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교촌의 결정은 업계 전반에도 적지 않은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보이지 않는 인상’ 대신 투명한 소통과 신뢰 회복이 소비자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치킨 시장이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신뢰 경쟁’의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왔다.
교촌이 소비자의 심리를 정확히 읽고, 선제적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다른 프랜차이즈들도 가격·용량 조정 시 소비자와의 소통 방식을 다시 고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치킨 시장 변화의 신호탄…“이제는 가격 경쟁보다 신뢰 경쟁”
이번 논란은 치킨 한 조각의 무게보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왔음을 보여준다.
교촌의 선택은 단순한 제품 조정이 아닌 소비자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한 브랜드의 생존 전략이다.
‘슈링크플레이션’ 시대, 기업이 택해야 할 답은 결국 가격보다 진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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