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최근 가장 관심거리는 백악관 이스트윙 공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랫동안 백악관 내에 대형 연회장을 짓고 싶어 했고, 지난 20일(현지시간) 실천에 옮겼다. 건설 비용 일부를 기업들이 부담하면서 ‘대가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철거를 시작한 백악관 이스트윙(동관)은 사흘 만인 지난 23일 완전히 형체가 사라졌다. 이 자리에는 약 9만㎡ 규모의 연회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트윙 건물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했으나, 막상 공사를 시작하니 건물을 모두 없애버리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스트윙은 1902년에 처음 지어져 12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건물이다. 1942년 2층으로 증축했다. 주로 영부인 집무실을 둔 친교·의전 기능 중심의 공간으로 활용됐다. 지하에는 ‘대통령 비상작전센터’인 벙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학자들은 국립사적지이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미국을 상징하는 건물을 대통령 개인의 결정으로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이스트윙 공사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들에 기부를 받았다는 점이다. 현재 약 3억달러(약 4310억원) 수준까지 상승한 건설 자금을 위해 트럼프는 이달 초 주요 인사들을 모아 신축 자금을 모금하는 만찬을 열었다. 트럼프는 “미국 납세자의 비용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CNN은 이날 백악관 건설 비용 기부 기업 및 인사 37명의 명단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애플과 구글, HP,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팰런티어, 아마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같은 기술 기업이 많았다. 또 코인베이스와 리플, 테더, 에드워드·샤리 글레이저 부부, 찰스·마리사 카스카릴라 부부, 캐머런·타일러 윙클보스 형제 등 암호화폐 업계 기업·인사들도 기부에 참여했다.
이밖에 건설사인 파올로 티라마니와 캐터필러,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부즈 앨런 해밀턴, 금융업계 인사인 스티븐 슈워츠먼, 담배제조사 알트리아그룹과 레이놀즈아메리칸, 에너지기업 콘티넨털리소시스 해럴드 햄 회장과 에너지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 등도 기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도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 지원을 받았거나 규제 완화 등 행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는 기업이 다수라고 지적했다. 구글의 경우 트럼프 유튜브 채널 삭제 관련 법적 합의금 2200만달러를 기부하고 국방부 인공지능(AI) 관련 계약을 수주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 3년간 14억달러의 연방 계약을 따냈다. 담배업계는 담배산업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며, 철도회사인 유니언피시픽철도는 합병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얻으려 노력 중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백악관(트럼프) 접근권을 돈으로 산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시절 수석 윤리변호사였던 리처드 페인터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건설에 기여했기 때문에 백악관 만찬에 초대받는 것”이라며 “단순한 백악관 부지에 대한 접근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에 대한 접근권을 위한 지불이다. 대가성”이라고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가성 거래 경제가 미국 기업 환경을 위협한다”고 꼬집었다. FT는 엔비디아가 대중 칩 수출을 위해 미국 정부에 중국 내 칩 판매 수익의 15%를 제공하기로 약속한 것이나, 애플이 향후 미국에 600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침 수입 관세에 애플은 제외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사례로 들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창업자 자오 창펑을 사면한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오가 트럼프 일가 소유 가상화폐 업체 지원에 수개월간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FT는 “트럼프의 거래 경제는 법치주의에 기반을 둔 경제를 자의적 거래로 지배되는 경제로 바꾸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소수의 강력한 자들에게 보상이 돌아가고, 규모가 작고 연줄이 없으면 손해를 보게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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