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일주일 앞둔 24일 국내 취재진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미회동 결단’을 촉구하는 다급한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에이펙이 북한과 미국 사이 72년간 지속된 전쟁을 끝낼 “하늘이 준 기회”라며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공존의 시대로 나아가자는 취지다. 에이펙이 임박한 시점까지 북·미 회담에 대한 북한측 반응은 잠잠한 상태로, ‘페이스메이커’로 양측을 잇고자 한 이재명정부의 기조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에이펙이라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결단해야 한다”며 “1%의 가능성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심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측에서는 대화 의지를 계속 내비친 만큼 정 장관의 이 발언은 결국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북미 정상 간 만남은 북한의 국제적 위상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북한이 집중하고자 하는 인민 생활 향상과 발전을 위한 평화 안정 담보에도 도움이 된다”며 “양쪽 정상이 모두 결단해야겠지만, 특히 김 위원장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두 지도자 모두 통이 큰 지도자이고, 담대한 상상력을 가진 지도자”라며 “이번 기회를 놓치고 다음을 기약한다는 것은 양측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라는 노심초사하는 마음에서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임박한 일정과 장소 문제, 실무적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정 장관은 2019년 6월30일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 회동이 32시간 만에 가능했음을 언급하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시대적 책무와 엄중한 과제 앞에 이런 것들은 사소한 문제”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북미 양측에서 회동 가능성에 대비하는 징후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엔군사령부의 판문점 특별견학이 중지되고, 북측이 판문점 우리측 자유의 집과 마주하고 있는 건물인 판문각 일대에서 1년 만에 최근 미화 작업을 진행하는 동향이 관찰됐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판문점에서 북측이 청소, 풀 뽑기, 화단 정리,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들이 포착됐다”며 “이런 미화 작업은 올해 들어 처음 관찰된 모습”이라고 했다. 북한이 에이펙을 계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 제안에 대비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20∼2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한 발언도 조건부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되긴 했다. 정 장관은 이러한 징후와 단서를 종합하면 “북한이 메시지 관리를 하며 미국을 신경쓰고 있으며, 만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지난 22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것에 대해서도 정 장관은 “미사일을 쏜 건 부정적인 신호로도 볼 수 있지만, 나름의 계산된 행동일 것”이라며 “에이펙에 북한이 참가하지 않으니 이 문제를 외면하지 말라는 주의 환기 등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한 계산이 깔렸다고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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