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트럼프, 연회장 건설 계획으로 100여년 역사 美 백악관 이스트윙 철거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5-10-24 12:51:18 수정 : 2025-10-24 12:51:17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Demolition of the East Wing of the White House continues Wednesday, Oct. 22, 2025, in Washington, before construction of a new ballroom. (AP Photo)

미국 백악관의 이스트윙(동관)이 철거됐다. 대형 연회장을 짓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정오에 수십 년 된 이스트윙이 완전히 철거됐다고 보도했다. WP가 보도한 동영상을 보면 대형 굴착기가 요란한 소음을 내며 이스트윙 한쪽을 허물어뜨렸다. 무너뜨린 건물 잔해는 덤프트럭이 포토맥강 인근으로 실어 날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백악관 내에 대형 연회장을 짓고 싶은 열망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7월 9만㎡(2만7225평) 규모의 연회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당시에는 이스트윙을 건드리지 않고 인근에 짓겠다고 했다. 하지만 계획을 바꿔 건물 일부를 손대기 시작했고, 굴착기가 철거를 시작하고 나서야 이런 내용이 온라인과 언론을 통해 퍼져나갔다. 대통령이 국가적 랜드마크를 비밀리에 파괴했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공사 현장을 직접 보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자 트럼프 행정부는 일반인의 접근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또 이스트윙 바로 옆에 청사가 있는 재무부 직원들에게는 관련 사진을 공유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영상 촬영을 시도하는 기자들도 현장에서 쫓아냈다.

 

백악관은 건물 철거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건축가와 건설사가 튼튼하고 안정적인 구조물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조언해 계획을 바꾼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200년이 넘는 백악관 역사 속에서 여러 차례 증축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번 계획이 지금까지 백악관에 이뤄진 구조 변경 가운데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인정했다.

 

민주당과 시민사회 등 각계의 비판은 잇따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그의 집이 아니라 여러분의 집이다. 그런데 그가 파괴하고 있다”는 글을 자신의 엑스(X)에 올렸다. 비영리단체인 내셔널 트러스트도 이스트윙이 국립사적지이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미국을 상징하는 건물이라며 공사 중단을 요청했다.

 

연방정부와 계약을 체결한 기업들이 기부금을 댄 사실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연회장 건설 자금 마련을 위한 만찬을 열었고, 이 자리에 초대된 애플, 아마존, 구글, 팔란티어, 록히드 마틴 등이 기부금을 낸 바 있다. 다만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런 지적과 관련해 “대통령은 놀랄 만큼 투명하게 행동해왔다”고 일축했다. 트럼프는 이날 프로젝트를 위해 약 3억5000만 달러가 모였다고 밝혔으나 이 중 본인이 얼마를 기여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이 아니라 기부금과 사재로 연회장을 짓는다고 밝혀왔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영부인과 보좌진들의 공간으로 사용돼 온 이스트윙은 1902년 처음 만들어졌고, 1942년 2층으로 증축됐다. 이스트윙은 또 백악관 공개 투어나 국빈 행사, 연말 행사, 대통령 참석 행사 등 공식 행사가 열릴 때 방문객 출입구 역할을 해왔다. 투어 프로그램은 연회장 공사를 앞두고 지난 여름 말 중단된 바 있다.


오피니언

포토

정채연 '깜찍한 볼하트'
  • 정채연 '깜찍한 볼하트'
  • 김유정 '친애하는 X'
  • 아이브 레이 '완벽한 비율'
  • 홍수주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