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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잠든 독립 영웅 찾는 고고학자 사명 다할 것”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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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24 06:00:00 수정 : 2025-10-23 20:32:42
창원=글·사진 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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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용 국립창원대 학예실장

호기심에 하와이 한인 묘비 탁본
무덤 주인 중 韓 독립운동가 나와
2019년부터 거의 매년 현지 조사
“하와이, 기록·기억해야 하는 곳”
“우연에서 시작된 인연으로, 죽는 날까지 역사를 찾는 고고학자로서의 사명을 다할 겁니다.”


김주용(48) 국립창원대 학예실장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현실판과 다름없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늘 유적, 유물을 찾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하는 일상이 영화 속 존스 박사와 빼닮았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경남 창원에 정착했던 인류의 시발을 10만년이나 앞당긴 고고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창원 도계동과 용잠리 일원에서 구석기 시대 유물인 투석구, 망칫돌, 끌개 등을 발굴했다. 그의 활약으로 창원에서 인류의 기원은 구석기임을 사학계가 인정하게 됐다.

김주용 국립창원대 학예실장은 “미국 하와이는 이름 없는 영웅들이 잠든 야외 박물관 같다”며 “잊혔던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이 조국의 공식 인정을 받아 마땅한 자리에 오르길 염원한다”고 말한다.

지난 17일 국립창원대에서 만난 김 실장은 역사학자로서 완수해야 할 임무가 하나 늘었다고 했다. 타국에서 생을 마감한 무명의 독립운동가를 찾는 것인데, 그는 이 또한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을 찾는 여정이라고 했다. 그는 2019년부터 거의 매년 민경택·장찬영 연구원과 함께 하와이를 간다. 하와이 현지에서 돌아가신 무명의 한인 독립운동가를 찾기 위해서다. 2018년 창원대를 방문한 하와이대 교수가 ‘현지에 한인 묘비가 있는데, 누구의 비석들인지 알고 싶다’고 호소했다.

김 실장은 “처음에는 고고학자로서의 호기심으로 하와이를 찾았는데, 돌이켜보니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묘비 탁본 작업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결과물을 얻었다. 무덤 주인 중에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가 있었던 것이다. 흥분을 감추지 못한 그의 손과 발은 더욱 바쁘게 움직였다.

2019년 첫 현지 조사에서 155기의 한인 묘비를 탁본했는데 이 중 50여명이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에게 의연금을 보낸 이들과 동일인이었다. 당시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잠자는 시간을 빼고 종일 일해 번 돈을 대한민국 독립을 위한 자금으로 보탠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이었던 것이다. 당시 사탕수수 근로자 일당은 0.7달러, 월급으로 치면 15달러 정도였다. 그런데 이들이 의연금으로 보낸 독립 자금이 매월 1달러에서 많게는 15달러였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의 월급을 독립자금에 보탠다는 이야기를 가족들에게조차 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다 보니 죽는 순간까지 평생을 노름꾼이라는 오해를 받다가 뒤늦게 명예를 회복한 무명의 독립운동가도 있었다. 김 실장은 “할아버지가 생전 할머니에게 매달 월급의 절반만 주니 할머니는 노름을 한다고 생각하셨다는데 사실 그 절반의 돈이 독립자금이었다”면서 “그 손녀가 ‘진실을 찾아줘서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그가 찾은 이들 중에는 팔라마 지방 애국부인회 회장을 지낸 김공도 지사(1897∼1983), 영남부인실업동맹회 회장을 지낸 박금우 지사(1896∼1972)도 있다. 둘은 2022년 건국포장, 2018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각각 추서됐다. 김 실장이 찾기 전까지 출생과 사망 연도가 미상으로 남아 있었던 독립운동가들이었다. 현재까지 국립창원대 연구팀이 발굴한 하와이 한인 묘비만 1600기가 넘는다. 무명의 독립운동가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김 실장에게는 하와이가 더 이상 ‘낙원의 섬’이 아니다. 그는 “내게 하와이는 이름 없는 영웅들이 잠든 야외 박물관으로, 우리가 기록하고 기억해야 하는 곳”이라고 힘줘 말했다. 창원대도 적극 힘을 보태고 있다. 지자체가 아닌 대학이 이례적으로, 국가보훈부에 이주 한인 65명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해달라며 서훈을 신청했다. 내년에는 총장 직속의 ‘한인 디아스포라 발굴 조사단’이 정식 발족할 예정이다. 발굴조사단은 하와이뿐 아니라 카자흐스탄, 쿠바, 멕시코 등 독립운동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나라로 발굴 영역을 확장해나가기로 했다.

김 실장은 열정을 쏟는 이유에 대해 “이들이 누구인지 찾는 과정은 우리나라 또 다른 역사의 한 부분을 찾는 여정이기 때문”이라며 “단순한 명예회복을 넘어 잊혔던 영웅들이 조국의 공식 인정을 받아 마땅한 자리에 오르기를 간절히 염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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