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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추심명령·압류된 채권도 채무자가 제3채무자 소송 가능”… 25년 만에 판례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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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23 16:46:18 수정 : 2025-10-23 16:46:17
홍윤지 기자 h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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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류·추심명령에 따라 세무서 등으로부터 압류된 채권에 대해서도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23일 나왔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압류·추심명령이 있는 경우 채무자가 채권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판례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날 소송 당사자 적격을 상실하지 않고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25년 만에 종전 판례를 변경했다. 이번 판례 변경은 채권 추심이나 강제집행 실무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3일 건설회사인 A사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관 12인의 다수 의견으로 “채권에 관해 추심명령이나 체납 처분 압류가 있더라도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피압류 채권에 관한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잃지 않는다”며 B씨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국세징수법상 체납처분 압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법대에 앉아 있다. 대법원 제공

A사는 공사대금 등을 이유로 B씨에게 소송을 냈고, 2심은 B씨가 A사에게 3억9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2심 판결 선고 후 A사의 채권자가 “내가 B로부터 돈을 대신 받겠다”며 법원에서 추심명령을 받았고, 성남세무서도 세금 체납을 이유로 같은 돈을 압류했다.

 

B씨 측은 대법원의 2000년 4월 판결을 인용해 ‘압류·추심명령으로 인해 A사에게 소송 당사자 적격이 없다’며 상고를 제기했다.

 

이흥구 대법관 등 12인은 판례를 변경해 B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채무자가 피압류 채권에 관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추심명령에 위반되지 않을 뿐 아니라 추심명령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채무자가 소송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고 볼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채무자가 피압류채권에 관한 이행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일 뿐 현실로 급부를 수령하는 것이 아니므로 압류 및 추심명령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민사집행법 249조 1항은 ‘제3채무자가 추심절차에 대하여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압류채권자는 소송으로써 그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할 뿐 채무자의 당사자적격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 달리 채무자가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고 볼 만한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채무자가 당사자적격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더라도 추심채권자에게 부당한 결과가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추심채권자는 채무자의 이행소송에 참가할 수 있고, 채무자가 승소 확정 판결을 받더라도 실제 추심은 압류에 따라 금지되기 때문이다. 또 제3채무자가 변제하더라도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어 추심권능이 제한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대법원은 “채무자가 받은 패소 확정 판결의 효력이 추심채권자에게 미치게 되더라도 패소에 따른 손해는 궁극적으로 채무자에게 귀속되고, 추심채권자로서는 채무자의 다른 재산을 찾아 강제집행을 할 수 있으므로 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분쟁의 신속한 해결’과 ‘소송 경제’ 측면에서도 채무자가 당사자적격을 유지하는 쪽이 낫다는 점도 판례 변경의 이유로 작용했다. 소송 진행 중 나온 추심명령을 이유로 당사자 적격이 상실된다면 이미 장기간 진행된 소송이 각하돼야 하므로 그동안의 진행된 재판이 무용지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소송의 본안판단에 특별한 잘못이 없고 추심채권자도 문제 삼지 않는 상황에서 추심명령을 이유로 소를 각하하는 것은 분쟁 해결만을 지연시킬 뿐 추심채권자의 이익에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만 노태악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내 “소송경제 측면에서 다소 난점이 있더라도 오랜 기간 실무상 확립된 종전 판례 법리를 변경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채무자가 이행의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유지한다고 보면 추심채권자의 추심권능에 중대한 제약이 초래되므로 추심채권자의 권리 실현을 최대한 보장하고자 하는 민사집행법 취지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명확한 법률적 근거 없이 추심명령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채무자가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고 보았던 종전 판례를 폐기하고, 당사자들(추심채권자, 채무자, 제3채무자)에게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분쟁의 일회적 해결과 소송경제를 도모할 수 있고 추심채권자의 의사에도 부합하는 추심명령 관련 실무의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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