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시장 왜곡’ 지적을 받고 있는 주간 부동산 가격 통계에 대해 “발표하지 말라고 하는 게 해결책을 가져올 것 같지는 않다”며 폐지는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부동산 통계가 실질적인 주거 비용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이를 개선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계를 막는다고 현실을 고치기는 어렵다”면서 일측에서 제기된 주간 부동산 가격 통계를 발표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답했다.
다만 현행 부동산 통계에 미흡한 점이 있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 통계가 거래량이 적고 혼선도 많다”면서 “조금 시차가 있더라도 거래되는 양을 다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많이 보는 부동산 통계는 아파트 중심”이라며 “비아파트 비용을 같이 보는 것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통계 개선도 필요하지만,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은이 주택가격을 신경쓰는 이유는 주거비용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면서 “아파트 가격, 그것도 서울 아파트가격만 본다는 것은 마치 아파트 가격지수를 생활 비용지수로 보는 게 아니라 투자 자산으로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그렇다면 한은은 이것(부동산 가격 통계)를 보고 통화정책을 펼쳐선 안 된다. 주가를 보고 통화정책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개선과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부동산 통계가) 정말 서울 지역 주거비용을 잘 반영하는지 더 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있는 데이터를 막는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발표에 투기심리가 과대 반영돼 있다며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해 월간 단위 발표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재차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지금 주간 통계는 투기심리가 과대 반영되고 왜곡된 수치가 다시 시장을 자극해서 통계 전체가 왜곡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월간 단위나 2주 간격으로 통계를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발표 폐지는 “굉장히 부담스럽다”면서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현재 부동산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조기에 주간 동향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부분”이라며 “주간 동향 조사를 하되 공표를 안 하는 방법, 격주 단위로 조사하는 방법, 아니면 대안을 만들어서 주간 동향의 대체 수단을 강구하는 방법 등 몇 가지 대안을 놓고 내부 검토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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