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최초로 일본 총리에 오른 다카이치 사나에 제104대 총리가 21일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밤 총리 관저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일본에 중요한 이웃 국가”라며 “한국과의 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바라고 있으며 제대로 의사소통을 추진하고 싶다고 했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에서 처음 대면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내에서도 우익 성향이 짙은 인물로 그간 한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책을 계승한 부분이 많아 ‘여자 아베’로 불리기도 한다. 2022년 한 극우단체 강연에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발하는 한국과 중국을 겨냥해 “(우리가) 참배를 중간에 그만두거나 어중간하게 하니까 상대가 기어오르는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복잡한 국제 정세와 여론을 고려하면 다카이치 총리가 당장 한국을 자극하는 행보는 자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도 한·일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듯 “여러 우려가 있는 듯 하지만 한국의 김도 좋아하고 한국 화장품도 쓰고 한국 드라마도 보고 있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또 “에이펙은 중요한 협력의 틀”이라며 “각국 정상과 만날 절호의 기회”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규칙에 기반한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질서 유지·강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호소하겠다”며 “시간을 들여 신뢰를 쌓고 일본이 세계 무대에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는 외교를 복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다카이치 총리의 취임을 축하하는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앞마당을 함께 쓰는 이웃으로서 정치, 안보, 경제, 사회문화와 인적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며 “60년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약 1200만명의 양국 국민이 서로를 방문하는 시대를 맞이했고 이제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며 “이 중대한 시기에 함께 양국 간,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하고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다가오는 에이펙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만나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 지난달까지 세 차례 회담을 갖고 셔틀 외교 복원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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