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이 서민의 ‘주거 사다리’를 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는 가운데 정부 주요 인사들이 이미 수십억원대 고가 아파트에 투자하거나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의힘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10·15 부동산 대책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빗대 ‘주거완박’이라고 꼬집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 부동산 정책 수립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배우자 명의로 경기도 분당 고가 아파트를 ‘갭투자’(전세를 낀 매매)해 7억원 가까이 시세 차익을 본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이 차관의 배우자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117.52㎡ 아파트를 지난해 7월 33억5000만원에 매입하고 12월에 14억8000만원에 전세를 놓았다. 이 아파트와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의 매물은 최근 약 40억원에 거래됐다.
특히 이 차관이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집값이 안정되면 향후 돈을 모아 집을 사면 된다’며 정부 대책을 옹호하고도 정작 본인은 갭투자로 막대한 이득을 본 정황이 드러나면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이 차관은 지난 19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해 “지금 사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며 “집값이 유지된다면 그간 내 소득이 오르고, 오른 소득이 쌓인 이후 향후에 집을 사면 된다. 어차피 기회는 돌아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 차관의 발언과 분당 고가 아파트 보유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판 여론이 확산했다. 정부는 10·15 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대출 한도를 크게 줄였다. 그 결과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미 ‘주거 사다리’를 오른 고위 공직자가 수요자들의 불안한 심리와 동떨어진 발언을 한 데 대해 공분이 일었다.
야당에서도 바로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이 차관의 유튜브 발언에 대해 “국민은 정말 열불나는 유체 이탈 발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 차관은 56억원이 넘는 자산을 가진 자산가이자, 배우자 명의로 33억원대 아파트까지 갖고 있다”며 “자신은 수십억 자산으로 경제적 이득을 누리면서 국민에겐 전월세 난민으로 돌아가라, 외곽에서 3시간 출퇴근하면서 살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이 차관의 아파트 매매가 갭투자와 성격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 차관이 경기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 아파트에 거주하다 더 넓은 집으로 가기 위해 분당 아파트를 계약했으나 사정상 입주 시기가 어긋나 세입자를 들였다는 것이다. 이 차관은 매도한 고등동 아파트에 현재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강남 다주택 논란’에 휩싸였다. 이 원장은 1995년 준공된 서울 서초구 우면동 155㎡(약 47평) 규모 대림아파트 두 채를 갖고 있다. 이와 관련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야권 의원들은 ‘집값 상승을 잡겠다면서 본인은 초고가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있어 위선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둘 다 (자녀들이) 사용 중”이라며 “한두 달 내에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초고가 지역의 아파트를 두 채나 보유하고 있어서 위선적이라는 논란이 제기됐다”며 “시민단체 활동할 때도 고위공직자 임용 시에 다주택자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초고가 지역의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 두 번째 아파트를 2019년도에 매입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이 원장이) 금융권을 향해서 부동산 부분의 자금 쏠림을 개혁하라고 강하게 주문하고 있는데, 내로남불 원장의 리더십이 과연 시장에 먹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이 원장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공익소송위원장으로 일할 때 구로 농지 강탈 사건 국가배상 소송에서 농민들을 대리하고 승소 대가로 약 400억 원의 수임료를 받은 사실도 주목 받았다. 김 의원은 이 원장에게 ‘두 번째 아파트는 현금자루 보관 아파트인가’ ‘400억원을 어디에 보관하고 있느냐’라고 질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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