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콩밭은 ‘미라병’ 배추농가는 ‘무름병’ 시름
벼 ‘깨씨무늬병’ 피해 확산… “이상기후로 속수무책”
“수확해야 하는 콩이 미라처럼 말라가고 있어요.”
충북 괴산군 불정면 웅동리 이용희(55)씨는 20일 “계속된 비 때문에 예전에 없었던 ‘미라병’이 콩밭 전체로 번졌다”며 “콩이 미라처럼 말라가며 쭉정이만 남아 가공용으로도 쓸 수 없다”고 한숨지었다. 이씨는 “이상기후 탓에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다 보니 대처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병해충으로 수확하지 못하는 콩은 농작물 재해보험 보상도 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상기후 여파는 사과 역시 마찬가지다. 충북 충주사과는 비가 계속되면서 과도한 수분으로 사과 껍질이 터지는 ‘열과 현상’이 발생한 상태다. 경북 청송군과 영덕군 등지의 일부 사과 농가에서도 여름 폭염으로 발생한 열과로 생긴 흠집에 비가 스며들어 과일이 썩어가고 있다.
여기에다 사과 착색 지연이 덮쳤다. 사과색 지연은 일조량이 부족해 과일 색이 제대로 들지 않고 당도도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진정대 충주농업기술센터 사과팀장은 “후지 품종 사과는 색 지연으로 예년보다 수확이 일주일 정도 늦어지는데 그것도 색이 제대로 붙어서 수확되느냐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며 “지난해에는 더위가, 올해는 잦은 비 때문에 과수 농가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배추 농가도 시름을 앓고 있다. 잦은 비로 세균 번식이 왕성해지며 무름병에 노균병, 세균병까지 한꺼번에 닥쳐서다. 충북 청주시에 따르면 상당구 배추 재배면적 278.9㏊ 중 절반에 가까운 133.5㏊에 무름병이 발생했다.
지난 16일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들녘에서는 ‘배추밭 갈아엎기’ 항의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농민들은 이 자리에서 “무더위가 지나자 비가 이어지면서 손쓸 새도 없이 배추가 망가지는 모습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입을 모았다.
강원 강릉시 고랭지 배추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관령지역에선 강수량이 크게 줄면서 겉보기와는 달리 배춧속이 녹아내리는 ‘꿀통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강릉시 한 농민은 “가뭄에 식수도 부족한 상황에서 물을 댈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제주에서는 레드향 열과 피해와 브로콜리 병해가 확산하고 있다. 일부 레드향 농가에서는 70% 이상에서 열과가 나타났다. 제주는 브로콜리 전국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오병국 서귀포시 레드향연구회 회장은 “올해 30여 농가가 레드향 재배를 포기하고 천혜향이나 한라봉으로 품종을 바꾸고 있는데 4∼5년 뒤 다른 품종의 과잉생산이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벼 재배 농민은 ‘깨씨무늬병’ 피해로 고심이 깊다. 깨씨무늬병은 주로 벼에서 발생하는 곰팡이병으로 잎에 깨알 모양의 갈색 반점이 생긴다. 경남 창원시 한 논에서는 벼들이 회갈색으로 변할 정도다. 전남에서는 전체 벼 재배면적의 9.3%에 깨씨무늬병이 발생했다. 전남 깨씨무늬병은 전국 발병 면적 3만6320㏊의 36%를 차지할 정도로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울경연맹 관계자는 “수확철이 끝나기 전에 세부적인 조사와 보상 방안 논의를 마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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