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의 흡연을 지도했다가 학부모로부터 25분 넘게 항의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학부모는 “학교를 쑥대밭 만들어주겠다. 초상권 침해로 고소하겠다”는 등 위협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이에 교사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교육 활동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교사노조는 이번 사건을 명백한 교권 침해로 규정하고, 해당 학부모의 학교운영위원직 해촉과 지역교육청의 공식 대응을 촉구했다.

20일 전북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A고교 B교사는 학교 인근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학생 두 명을 발견하자 이를 촬영한 뒤 인성인권부에 전달했다. 이에 인성인권부장을 맡은 C교사는 해당 학생들을 면담한 뒤 학부모에게 이런 사실을 통보했으나, 같은 날 오후 한 학생의 아버지가 C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교외에서 핀 건데 왜 문제 삼느냐”, “적발 방식이 법에 어긋나면 징계 처분받게 하겠다”, “학교를 엎어주겠다”는 등 협박성 발언을 25분가량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학부모는 학교 측에 전화를 걸어 자녀 학생의 흡연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적발한 당시 곧바로 현장 지도하고 종결하면 될 사안을 굳이 사진을 찍어 교내에서 사후 조치했느냐”며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인성인권부 교사와의 통화에서 학교 학생생활규정 중 ‘흡연 적발 당시 경중에 따라 징계 수위를 건너뛸 수 있다’는 문구를 인용해 “징계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규정의 취지를 왜곡한 주장으로, 해당 조항은 징계 수위를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징계 자체를 면제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해석이라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이 학교 학생생활규정 ‘학생 흡연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교내외를 불문하고 흡연은 생활지도 대상이며, 1회 적발 시 교내 봉사 10시간이 기본 징계 수위로 명시돼 있다.
게다가 이 학부모는 통화 중 사진 촬영한 교사와 인성인권부장 교사의 신상 정보를 집요하게 묻고, 자신이 해당 학교 운영위원임을 암시하며 “조만간 한번 뵙자”며 보복을 시사하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 교장실을 찾아가 흡연 장면을 촬영한 교사를 초상권 침해와 아동 학대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며 사태는 더 악화됐다.
이로 인해 해당 교사는 불면·불안 증세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았으며, ‘급성 스트레스장애(ASD)’와 ‘불안장애’, ‘우울 에피소드’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사는 정상적인 수업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자, 최근 특별휴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교사노조는 “학생의 흡연 지도를 두고 학부모가 ‘허락했다’는 등의 이유로 교사를 협박하는 것은 교육 현장의 근본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교사는 학생의 성장을 지도하는 교육 주체이지, 학부모의 심기를 살피는 민원 대응자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또 “학교는 교사에게 위협적 언행을 일삼은 해당 학부모를 학교운영위원직에서 즉시 해촉하고, 교육청은 이번 사건을 교권 침해로 공식 인정해야 한다”며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에 대한 합당한 조치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해당 학부모는 “규정 위반 여부와 징계 절차 등을 따졌을 뿐 악성 민원 제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녀 흡연의 잘못을 인정했고, 적발 당시 현장 지도로 끝낼 수 있는 사안을 굳이 사진을 찍어 사후 조치한 이유 등을 이해하기 힘들었다”며 “이후 징계를 수용하기로 했는데도 학교 측이 감정적으로 대응해 교권 침해로 교육청에 신고해 문제가 더 커진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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