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부터 집 근처 요양원으로 출근한 사회복무요원 A씨는 매번 원장의 무시와 막말에 시달렸다고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인 사회복무유니온에 털어놨다. 개인정보 업무를 관리·감독 없이 시킨다고 병무청에 알린 후에는 "내 뒤통수를 쳤냐"며 난리가 벌어졌다.

A씨는 어렵게 복무지를 변경했으나, 이전 기관에서의 사연을 들은 새 기관 원장은 더 폭언을 쏟아내며 식사 시간까지 30분으로 제한하는 등 괴롭힘은 이어졌다.
A씨처럼 복무기관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백선희(조국혁신당)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받은 사회복무요원 괴롭힘 신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 3개월 간 총 4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중 16건이 '괴롭힘'으로 인정됐다.
이들 16건의 가해자에 대해선 해임 1건, 경고 7건, 전보 1건, 교육 7건 등의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괴롭힘으로 인정된 사례 중에는 A씨처럼 "다른 사람들은 전방에서 고생하는데 편한 거다" 같은 사회복무요원 비하 발언을 들은 경우, 군대 위계를 강요하고 과도한 질책성 발언을 하는 등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은 경우 등이 포함됐다.
백 의원은 "사회복무요원 괴롭힘 금지법이 2023년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사실상 '근무장소 변경'뿐인 땜질식 조치만 이뤄지고 있다"며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실질적 예방책과 함께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복무요원은 복무기관 이용자들에게도 괴롭힘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복무요원 2명 중 1명 꼴로 일반 직장인이 거래처로부터 괴롭힘 비율의 6배가 넘는 수치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인 사회복무유니온은 지난 9월 30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와 함께 ‘사회복무요원 복무환경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8월 21일부터 9월 12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전국 사회복무요원과 소집해제자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49.5%)이 ‘복무기관 이용자에 의한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수치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실시한 2025년 직장인 인식조사의 ‘고객·민원인·거래처 직원으로부터의 괴롭힘 비율(7.8%)’보다 6배 이상 높다.
괴롭힘 유형으로는 ‘업무범위를 벗어나는 과도한 요구’가 34.8%로 가장 많았다. 이어△언어적 폭력(33.2%) △신체적 폭력(14.7%) △성희롱 및 성폭력(13.8%) △악성민원 제기(11.3%)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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