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LA 등 대도시 거리 700만명 인파
이민자 단속·예산 삭감에 반대 목소리
샌더스·쿠삭… 각계 거물들도 힘 보태
트럼프, 시위대 오물 맞는 영상 올려 조롱
공화 소속 하원의장도 “증오 행위” 비판
미국 전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4개월 만에 열렸다. 첫 번째 시위보다 규모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정작 현 상황에 책임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여당인 공화당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은 18일(현지시간) 워싱턴과 뉴욕, 보스턴, 애틀랜타, 시카고, 로스앤젤레스(LA) 등을 비롯한 미국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약 700만명이 참가했다. 이는 약 500만명이 참여한 지난 6월 14일 첫 노 킹스 시위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규모는 늘어났지만 분위기는 축제처럼 즐거웠다. 이들은 자유의 여신상이나 외계인 분장을 한 것은 물론 평화 시위를 강조하고자 개구리, 다람쥐, 닭 등 동물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섰다. 워싱턴과 뉴욕 경찰국은 이날 시위와 관련한 체포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시위대의 외침은 분명하고 단호했다. ‘미국을 다시 좋은 나라로’, ‘1776년 이후 왕은 없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참가자들은 이민자 단속, 연방군 배치, 급격한 예산 삭감, 법원 판결 무시 등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시위에 참석한 변호사 크리스 샤먼은 NYT에 “정책과 문제 해결 방법을 두고 토론할 수는 있지만 사람의 가치에 대해 논쟁해서는 안 된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정치인을 비롯해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 존 쿠삭 등도 힘을 보탰다.

미국 진보 정치의 대부로 불리는 샌더스 의원은 워싱턴 시위에서 연단에 올라 “우리는 미국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여기에 모였다”며 “트럼프 대통령 아래에서 미국은 위험에 처해 있지만 결국에는 국민이 통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카고 시위에 참석한 존 쿠삭은 CNN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지옥에나 가라”며 “노동운동의 발상지인 시카고를 파시즘의 거점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고 절대 불가능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시카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범죄 단속·이민 단속 대응을 명분으로 주방위군 투입을 지시하면서 민주당 소속인 주지사와 법정 소송을 진행 중인 곳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왕관을 쓴 채 헬기를 타고 시위대에 오물을 퍼붓는 영상을 게시했다. 이 영상은 한 크리에이터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비판하는 시위대에 조롱과 비아냥으로 응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17일에는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그들은 나를 왕으로 지칭하고 있지만 나는 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전날 회견에서 이번 시위를 ‘미국 증오’로 규정하면서 “거기에는 하마스 지지자들과 안티파(반파시즘 단체) 부류의 사람들,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시위에 관한 논평 요청에 “누가 신경이나 쓰겠나”라는 답을 내놨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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