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서 ‘무차별 혐오’ 우려
11년 이어온 현지 의료봉사 취소
이주민 추석 ‘프춤벤 축제’ 무산
“아이들 괜히 왕따 당할까 불안”
최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상 납치 감금 사건으로 국내 단체의 현지 봉사활동 및 이주민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의료봉사단체 아시아희망나무는 이달 23일 4박5일 일정으로 예정했던 캄보디아 광주진료소 봉사 계획을 취소했다고 19일 밝혔다. 아시아희망나무는 캄보디아 캄퐁스프주에 위치한 광주진료소에서 11년째 2개월마다 의료봉사를 해오고 있다. 이번에도 올 8월 방문 이후 의료봉사를 위해 의료진 5명과 출국할 예정이었다.
아시아희망나무 광주진료소가 위치한 캄퐁스프주는 여행경보 2단계(여행자제)로 범죄 단지가 집중돼 4단계(여행금지) 경보가 내려진 곳보다 비교적 안전한 곳이다. 하지만 봉사자 등의 안전문제를 고려해 정부 지침에 따라 봉사 계획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서정성 아시아희망나무 이사장은 “정부의 캄보디아 여행경보 발령 지침에 따라 봉사자들의 안전을 위해 의료봉사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광주지역에 사는 캄보디아 이주민들이 매년 열던 자국의 추석 행사를 취소했다. 광주·전남 캄보디아공동체는 19일 캄보디아의 추석을 맞아 광주 광산구 옥동2공원에서 계획했던 ‘프춤벤’ 행사를 취소했다. 프춤벤은 가족들이 함께 모여 조상에게 음식을 바치며 공양하는 불교식 명절로 캄보디아 추석 명절이다. 광주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매년 광주·전남 캄보디아공동체가 주한캄보디아대사관과 함께 프춤벤 행사를 캄보디아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광산구에서 가졌다. 캄보디아 이주민 500~700명이 모이며, 주한 캄보디아 대사가 참석한다.
2년 전 한국으로 온 유학생 소린씨는 “한 번씩 모일 때마다 가족처럼 마음을 나누며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기도 했는데 올해는 못하게 돼 안타깝다”며 “이번 일로 한국인들이 캄보디아를 위험한 나라라고 인식하게 된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캄보디아인들은 ‘캄보디아=범죄도시’라는 무차별적 혐오에 고통을 겪고 있다. 광주·전남지역에 사는 캄보디아 이주민들도 자신들을 바라보는 달갑지 않은 시선과 자녀들이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지 불안에 떨고 있다. 광주·전남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캄보디아인은 광주 1421명, 전남 3219명 등 4640명이다.
광주에 거주한 지 4년째인 한 캄보디아인은 “예전에는 강력 범죄 소식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 들어 캄보디아에서 부쩍 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며 “캄보디아가 범죄도시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은 중국인들이 범죄 조직을 이끌고 있어 우리들의 마음이 많이 아프고 상처가 된다”고 했다.
전남 영암에 10년째 거주하고 있는 한 캄보디아 이주민도 “이번 일로 한국인들이 캄보디아를 위험한 나라라고 인식하게 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다가 괜히 부정적인 이야기에 휩싸일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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