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15~29세) 고용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장 기간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제조업 등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는 데다 경력직 위주 채용 기조가 지속되면서다. 내수 회복의 온기가 청년층 고용시장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는 수출 경기 불확실성도 커질 것으로 예측돼 청년층의 어려움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 고용률은 45.1%로 전년 동기 대비 0.7%포인트 낮아졌다. 17개월 연속 하락세로,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이후 약 16년 만에 최장 기록이다. 특히 청년층 중 핵심 연령대로 꼽히는 20대 후반(25~29세) 고용률 역시 지난달 0.6%포인트 하락했다. 고용률은 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의미하는 만큼 인구 감소가 영향을 미치는 ‘취업자 수’ 대비 실질적인 고용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최근 청년 고용시장이 부진한 건 우선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임금과 고용 안정성이 높은 일자리로 평가되는 제조업과 건설업 부진이 취업문을 좁히고 청년의 구직 의욕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6만1000명 줄며 15개월 연속 감소했고, 건설업 취업자도 8만4000명 감소하며 1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최근 경력직 위주의 채용 기조도 청년층 고용률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6월 발표한 ‘상반기 채용시장 특징과 시사점 조사’ 결과를 보면, 한 민간 채용 플랫폼에 올라온 상반기 채용공고는 14만4181건이었는데 경력 채용만을 원하는 기업이 전체의 82.0%에 달한 반면 순수하게 신입 직원만 채용하는 기업은 전체의 2.6% 수준이었다.
이런 경력직 선호 현상은 청년들의 구직 의사를 꺾어 청년들의 고용률을 더욱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9월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0만9000명으로 40만명을 넘었다.
특히 최근 청년 고용시장 부진은 외부의 일시적 충격에 따른 것이 아니란 점에서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과거 청년층 고용률이 고전할 때는 주로 외부 악재가 배경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세계적으로 유동성 공급이 늘면서 고용률이 반등했고,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엔 2020년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하락하다가 회복했다. 하지만 최근 청년 고용 한파는 잠재성장률 부진,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대기업의 채용 기조 변화 등 우리 경제의 내부의 구조적 요인이 견인하고 있어 심각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진 캄보디아 취업사기도 막다른 길에 몰린 청년 취약계층이 증가하고 있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문제는 청년 고용시장 반등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고용 창출 효과가 크지 않은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통상여건 악화가 지속돼 내년 수출 하방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집행되면서 내수가 점점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청년층까지 온기가 전달되진 않고 있다. 지난달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로 취업자 수가 30만명 넘게 늘었지만 주로 단기직에 집중되면서 청년층은 오히려 14만6000명 감소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말 펴낸 ‘NABO 경제전망 2025~2029’ 보고서에서 “최근 내수 관련 서비스업에서 취업자 수 증가를 주도해 매월 50만개 정도의 새로운 일자리를 보태고 있고, 특히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의 일자리 증가가 눈에 띈다”면서도 “그러나 업황이 부진한 건설업과 제조업에서는 일자리가 큰 폭으로 감소해 두 산업에서 줄어들고 있는 일자리 수는 매월 20만개 정도”라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이어 “내년 수출 경기는 2025년 대비 둔화해 고용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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