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온스당 4300달러를 돌파하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은 가격 역시 동반 급등세를 이어가며 귀금속 시장 전체가 ‘불안의 역설’을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등세를 단순한 ‘투기적 랠리’가 아닌 글로벌 금융 체계의 구조적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사상 최고치 경신…연일 ‘파죽지세’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316.99달러로 전장 대비 2.6% 상승(현지시간 17일 기준), 장중 한때 4318.75달러까지 치솟으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미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도 2.5% 상승한 온스당 4304.60달러를 기록했다.
이번주 들어 상승률은 8%에 달하며, 2020년 이후 최대 주간 상승폭이다. 올해 들어서만 금값은 65%, 이달에만 12% 급등했다.
은 현물 가격도 온스당 54.15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두 귀금속이 동시에 급등한 것은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 심리가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안의 시대’ 금으로 몰리는 자금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확대는 이번 상승의 가장 큰 구조적 요인으로 꼽힌다.
금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도 급증하면서 실물 수요와 금융 수요가 동시에 늘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 △무역 갈등 △국가부채 급증 △연준 독립성 논란까지 겹치며 금이 다시 ‘신뢰의 피난처’로 부상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지금의 금값 상승은 단기 투기세력이 아닌 중앙은행과 기관 자금이 구조적으로 유입된 결과”라며 “금은 이제 전통적인 안전자산을 넘어 ‘필수 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發 신용 리스크, 불안 심리에 ‘기름’
이번 급등의 촉매는 미국 지역은행들의 대출 사기 의혹이었다.
2곳의 은행에서 신용 부실이 불거지자 시장은 ‘또 다른 뇌관’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불거진 신용 위험 우려는 투자자들을 다시 안전자산으로 몰아넣었다.
미국 지역 은행 부실 이슈가 다시 부각되면서 신용 리스크 우려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이런 시기마다 금과 은은 가장 먼저 반응한다.
◆“실질금리 하락, 금엔 절대적 호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근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장은 금 상승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98%에 달한다.
실질 금리를 낮춰 무이자 자산인 금의 상대적 매력을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하는 정책 차원에서 금값 상승을 뒷받침하는 구조적 요인”이라며 “시장이 이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정책 흐름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투자 패러다임의 전환…“금은 이제 성장 자산”
금 투자는 더 이상 단순한 ‘위험 회피 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ETF·디지털 금 연계 상품·금 기반 블록체인 자산 등 금의 금융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투자 수단으로서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이제는 금이 성장 투자 성격까지 띠고 있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자산 시장의 축이 금과 은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열’ 경고도 공존…“조정은 불가피, 그러나 제한적”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급등세가 과열 국면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다만 금리·정책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단기 조정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금값의 고점 갱신은 분명한 추세지만, 향후에는 실물 경제 지표와 정책 변화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번 금값 급등은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나 경기 불안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 금융 시스템의 신뢰 자체가 흔들리는 가운데, 금이 ‘최후의 가치 저장 수단’으로 부상한 것이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국가 부채 △금융권 신용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시장은 달러보다 금을 선택했다.
결국 이번 랠리는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닌 ‘신뢰의 붕괴’에서 비롯된 글로벌 자산 구조 전환의 신호일 수 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