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시험장에서 기침했다고 민원”…눈치보고 골병드는 수능 감독관 [지금 교실은]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지금 교실은

입력 : 2025-10-18 07:00:00 수정 : 2025-10-17 18:33:31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목이 잠겨서 기침했더니 한 수험생이 짜증 난다는 듯 한숨 쉬면서 째려보더라고요. 민원이라도 들어갈까 긴장해서 눈치 보며 가만히 서 있었더니 다음날 온몸이 아팠습니다.”

 

몇 년 전 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 업무를 맡았던 고등학교 교사 A씨의 회상이다. A씨에게 수능 감독은 피하고 싶은 업무다. 온종일 신경 쓸 것이 많아 심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A씨는 “수험생들에겐 1년 중 가장 중요한 날이다 보니 이해는 하지만 숨소리도 거슬린다고 할 정도로 예민한 경우도 많아 감독관의 고충도 크다”며 “되도록 피하고 싶은 업무”라고 털어놨다.

 

2026학년도 수능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교사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수능은 교사들에게도 반가운 존재가 아니다. 떠밀리듯 맡는 수능 감독 업무가 쉽지 않아서다. 교사들은 “낮은 수당을 받고 사실상 강제로 차출되고 있다”며 “감독관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몸과 마음 다 힘들다” 부담 호소

 

18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11월13일 치러지는 올해 수능에는 전년(52만2670명)보다 3만1504명(6.0%↑) 증가한 55만4174명이 응시했다. 이에 따라 수능 감독관도 전년보다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교사 사이에서 수능 감독관은 기피업무가 된 지 오래다. 감독관은 통상 중·고교 교사가 맡는데, 수능 당일 이른 아침부터 10시간가량 근무해야 하는 데다가 사소한 행동으로도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 신체적·심리적 부담이 큰 업무로 꼽힌다.

 

중등교사노동조합이 올해 7∼8월  중·고교 교사 3195명을 조사한 결과 ‘수능 감독 업무로 중압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99.7%에 달했다. ‘악성 민원 염려로 두렵다’는 99.4%, ‘수험생에게 해가 될까 봐 책임감을 느낀다’는 99.5%였다. 대부분의 교사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실제 수능이 끝난 뒤 교육 당국에 매년 감독관 관련 민원이 1000여건 접수되는데, 대부분은 ‘감독관의 행동이 거슬렸다’는 내용이다. ‘감독관이 뒤에 서 있어서 신경 쓰였다’, ‘숨소리가 너무 컸다’ 등 사소한 행동에 트집을 잡아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교사 A씨는 “감독 업무도 충실하게 해야 하지만 수험생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투명인간’이 되라는 미션을 받는 것”이라며 “시험지 배부 시간 등에 한 치의 오차도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안 그래도 긴장되는데 수험생들 눈치까지 봐야 하니 스트레스가 크다”고 호소했다.

 

수능 당일 방송·타종 등 장비 운영도 큰 부담이다. 장비는 교사의 전문 영역이 아니지만,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교사 개인에게 책임이 전가되기 때문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수능 감독관 관련 국가 상대 소송 중 5건은 ‘타종 오류’ 등의 사유였고, 이 중 3건은 감독관이 수험생에게 최대 700만원을 지급했다. 중등교사노조는 “개인에게 불필요한 법적 위험과 과도한 긴장을 전가하고 있다”며 “외부 전문 인력이 장비와 방송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문조사에서도 교사의 95.2%는 방송·장비 운영을 외부 용역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했다.

 

교사들은 업무 강도에 비해 수당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수능 감독관 수당은 17만원 수준이다. 교사 B씨는 “감독관을 하려면 전날 교육도 받아야 하고, 당일 근무시간도 길다. 화장실을 가거나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할 정도”라며 “수당이 충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중등교사노조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9.2%가 수당이 인상돼야 한다고 답했다.

 

◆“수당 현실화하고 부담 줄여야”

 

중등교사노조는 16일 교육부에 ‘수능 종사 요원 6대 요구안’을 전달했다. 6대 요구안은 ①수능 감독수당 현실화 ②감독환경 개선 ③감독관 직군 다양화 ④방송·장비 업무 부담 완화 ⑤수능 후 회복권 보장 ⑥직군별 위촉현황 및 지침 공개다. 요구안에는 8월20일부터 10월15일까지 전국 중·고교 교사 1만4080명이 서명했다.

 

노조는 “3·4교시 연속감독을 제한하고 2교시 이상 연속 시 의무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등 업무 강도를 줄여야 한다”며 “방송·타종·장비 관리는 전문인력이 담당하고, 감독관에 교사 외 교육청·교육부 행정직, 학교 공무직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감독관 업무 부담이 큰 만큼, 수능 다음날 특별휴가나 탄력근무로 회복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노조는 이번 서명 전달을 계기로 교육청별 수능 종사 요원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수능 후 회복권 보장 및 직군별 위촉현황 및 지침 공개를 위한 활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원주현 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수능 감독관은 몇십년째 장시간 노동과 인권침해를 겪으며 법적 근거도 없이 ‘위촉’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강제 차출’되고 있다”며 “올해 수험생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만큼 교사 외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감독 부담을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피니언

포토

이안 '러블리 카리스마'
  • 이안 '러블리 카리스마'
  • 하츠투하츠 에이나 '깜찍한 매력'
  • 문가영 '완벽한 여신'
  • 정소민 완벽 이목구비…단발 찰떡 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