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문재인 시즌2” “부동산 계엄’ 비판
규제 완화·실수요자 구제 등 대책 시급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고가주택 대출 규제 강화를 담은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사실상의 ‘거래통제’에 부동산 시장이 질식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대출이나 세제, 청약 등에서 다양한 제한을 받는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기존 70%에서 40%로 낮아지며, 전세·신용대출 차주의 규제지역 주택구매도 제한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아파트를 매수하고 취득일로부터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된다. 임차인의 전세금으로 집값을 치르는 ‘갭투자’가 전면 불가능해진다.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삼중 규제’에 금융규제까지 더해 사실상 실수요자의 손발을 묶게 된다.
범위도 넓다. 서울 전역과 한강 이남 경기도 12곳 등 서울 전체 156만8000가구, 경기도 12개 지역 74만2000가구 등 총 230만 가구가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규제 대상 지역 인구만 1300만명에 달한다. 벌써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새롭게 규제지역에 포함된 지역들은 술렁이고 있다. 규제 시행 전 주택을 매수하기 위해 중개업소로 문의가 빗발치는 것은 물론 매도자들은 매물을 거둬들이며 ‘눈치 보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벌써 규제지역에서 제외된 화성 동탄과 인천 송도, 경기 구리·광주 등에서는 갭투자 문의가 빗발친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은 단순한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안정되지 않는다. 수요를 억누른다고 집값이 잡힐 리 만무하다. 과도한 규제는 거래 절벽과 자금 경색을 초래해 애꿎은 서민과 실수요자만 피해를 본다. 공급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규제가 거래 위축을 초래하고, 가격 급등을 불러와 또 다른 규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현금 부자’만 집을 사고, 30∼40대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끊긴다는 지적을 곱씹어봐야 한다. 야권에서는 ‘부동산 시장 계엄’ ‘문재인정부 시즌2’라고 맹공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의 무주택 서민들에게 ‘서울 추방 명령’을 내린 것과 진배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이번 대책을 두둔하며 “수억, 수십억 원 빚내서 집을 사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 전세를 사는 김 대표가 재건축 대상인 송파에 아파트를 보유한 것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금이 부족한 실소유자에게 ‘서민은 집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비아냥대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데도 정부는 민간의 공급 활성화 대신 또 증세카드만 만지작 되고 있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부동산 시장에 몰리는 자금을 생산적으로 돌리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보유세를 포함한 세제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부동산 세제 ‘합리화’ ‘정상화’라는 표현으로 사실상 증세를 예고했다. 잘못된 진단이다. 이는 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임대료 상승으로 연결돼 주거약자인 세입자 부담만 커질 게 뻔하다.
양도세 등 거래세를 낮춰 매물을 늘리면 공급 확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침체한 건설업을 살리기 위한 규제 완화와 공공 건설투자 확대 등 실질적 부양책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늦기 전에 이번 대책에 대한 시장 반응과 문제점 등을 검토해 실수요자 구제 등 보완책을 서둘러 내놔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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