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매운탕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빠가사리’는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이는 위협을 느끼면 가슴지느러미의 단단한 가시를 비비며 ‘빠가빠가’ 하는 소리를 내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들은 동자개과 물고기로, 자고로 동자개과 물고기들은 비늘이 없고 부드러운 살결로 식재료로도 인기가 높았다.
우리나라 동자개과 물고기는 총 6종이 알려져 있는데, 이 가운데 몸길이가 최대 80㎝에 이를 정도로 가장 몸집이 큰 ‘종어’는 과거 궁중에 진상될 만큼 귀하고 맛이 좋은 물고기로 알려져 왔으나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국내에서는 이미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동자개과 물고기 중에 이와 비슷한 길을 걸을지도 모르는 종이 또 있다. 바로 ‘꼬치동자개’(Pseudobagrus brevicorpus)이다. 꼬치동자개는 낙동강 수계에만 서식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동자개과 가운데 가장 몸집이 작은 어류다. 몸길이가 약 8cm 내외로 짧고 통통하여 영어 이름도 ‘Korean stumpy bullhead’(짧고 뭉뚝한 몸매의 메기과 물고기)라 불린다. 맑은 하천 상류의 자갈이나 바위가 많은 구간에 살며 낮에는 돌 밑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수서곤충을 포식한다. 4∼6월경 산란기에 암컷이 약 700개의 알을 낳으면 수컷이 이를 지킨다. 수정란은 수온 21도에서 92시간, 25도에서는 50∼60시간 만에 부화하며 약 2년이면 성어로 성장하여 산란에 참여하게 된다.
1940년대까지만 해도 대구, 경북, 경남 지역의 하천에서 쉽게 관찰되던 꼬치동자개는 하천 정비와 수질 악화로 인해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다. 여기에 비슷한 생태적 지위를 가진 다른 동자개과 어류가 이입종으로 유입되면서 먹이와 서식지를 둘러싼 경쟁이 심해졌다. 이에 따라 꼬치동자개는 1998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2005년 천연기념물 제455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그렇기에 꼬치동자개가 안정적으로 서식한다는 것은 곧 하천의 수질과 생태환경이 건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꼬치동자개의 보전은 단순히 한 종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강의 생태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과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환경부를 비롯한 여러 정부 당국 등은 꼬치동자개의 인공증식과 서식지 복원 등을 위한 연구와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적 보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하천 오염을 줄이고 생물의 서식환경을 해치지 않으려는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꼬치동자개를 비롯한 우리 고유 어류의 보전은 생태계의 회복력뿐 아니라, 우리 하천이 지닌 고유한 생물 다양성을 지켜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박종성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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