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의 서재’, ‘천 권 읽기 프로젝트’…독서로 체감하는 정책
“단순히 책 빌리는 곳 아닌, 토론과 체험의 장”…첨단기술 체화
23일 국제 콘퍼런스 개최…국내외 도서관 전문가, 교수 등 집결
광역도서관 연구교수 출신 관장, 세계 105개 도서관 오간 팀장
“한국사회에 ‘불평등’이란 폭우가 더 올 수 있는데 우리는 지반을 단단하게 다질 필요가 있다.”
지난 8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기울어진 평등’이란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와 미국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샌델의 대담집입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연재하는 영상물 ‘김동연의 서재’에서 두 번째 책으로 소개한 겁니다. 김 지사는 단순히 책만 소개하기보다, 한국사회의 현실과 연계해 분석하려 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답답했던 건 ‘왜 우리 한국사회에서는 불평등 문제에 대해 이처럼 품격 있고 치열한 고민과 토론이 없는가’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구조는 더욱 심해지고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아주 격렬한 토론, 차질 없는 준비, 사회적 합의, 이런 것들이 선행돼야 한다. 언젠가 우리 사회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 방문길에선 경기도의 ‘천 권 읽기’ 프로젝트를 자신 있게 소개했습니다. 도민들이 책을 구매하거나 도서관에서 대출받고, 독후감을 쓰면 포인트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포인트를 현금화해 동네 책방에서 책을 살 수 있게 한 일종의 독서 장려 캠페인이죠.
이를 언급한 건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김 지사는 상하이도서관에 한국책 100권을 증정하면서 “경기도의 천 권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안내문을 붙여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오늘 100권에서부터 시작해서 한국의 대표적인 책 1000권으로 한국서가가 채워지도록 하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 “치열한 토론 필요”…‘김동연표 독서’가 낳은 산물
오는 25일 개관하는 ‘경기도서관’. 이런 김 지사의 노력이 담긴 산물입니다.
수원시 광교 융합타운에 있는 광역 대표도서관으로 123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습니다. 연면적 2만7775㎡에 지하 4층, 지상 5층 규모입니다.
개방·융합형 공간을 활용한 복합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도내 2000여개 도서관 정책을 총괄하는 ‘브레인’ 도서관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아울러 ‘기후·환경도서관’을 기치로 상생과 포용의 공간, 머물고 싶은 공간, 찾고 싶은 공간이자 관광자원이 되는 공공건축물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도 관계자는 “경기도서관은 기후·환경을 선도하는 대표도서관으로서 국내외 협력과 미래 대응 전략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김 지사 역시 도서관 출범과 안착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김 지사는 “경기도서관에 단순히 책을 보고 대출받는 장소를 뛰어넘어달라고 주문했다”며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이 체화되고, 기후·환경 문제를 실감하도록 도민과 함께 모여 소통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도는 도서관 개관을 안팎으로 알리기 위해 23일 국내외 도서관 전문가, 학계 인사, 활동가, 도민 등이 모여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합니다.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콘퍼런스에선 ‘기후환경, AI, 지식과 미래를 잇는 도서관’을 주제로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도서관 역할과 발전 전략이 논의됩니다.
도서관 개관을 기념해 마련된 리더스 포럼에선 기후운동가로 활동하는 박진희 배우, 이진형 데이터마케팅코리아 대표, 백은별 작가 등이 ‘도서관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갈 방향’을 공유합니다.
기조 강연에서는 생태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생명다양성재단 대표)와 테 파에야 파링아타이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 차기 회장이 연단에 오릅니다.
오후에는 ‘기후·환경 도서관 실천: 공간, 운영, 기술’과 ‘미래사회의 기술변화와 도서관의 대응’을 주제로 개별 세션이 이어집니다.
도 관계자는 “국제콘퍼런스를 통해 도서관의 새로운 비전과 도민과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길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 윤명희 관장·박영애 팀장 등 ‘인적 자원’ 풍부…하드·소프트웨어 융합
도서관을 구성하는 핵심 인력들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 지사는 지난달 30일 경기도서관 초대 관장으로 윤명희 연세대 대학도서관발전연구소 연구교수를 임명했습니다.
윤 신임 관장은 1994년 파주도서관에서 사서직 공무원으로 시작해 30년 이상 도서관 분야에서 근무한 베테랑입니다. 도서관 운영에 대한 노하우와 전문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습니다.

대학에서 광역대표도서관 연구를 진행해 초대 경기도서관장으로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신구도서관재단이 15일 선정한 제3회 신구문화상 ‘올해의 사서’에는 박영애 경기도서관 도서관운영팀장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 20여년간 전 세계 41개 도시의 105개 도서관을 오간 박 팀장은 사서직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의정부시 도서관과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다 지난해 명예퇴직한 뒤 경기도서관에 합류했습니다. 의정부에선 전면 유리창과 원형 계단이 인상적인 의정부미술도서관 개관으로 이름을 알렸죠.
은퇴 직후 경기도청에서 다시 사서로 일하는 그는 향후 도서관 운영의 핵심 브레인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