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말기 암 환자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이 질문에 한국 성인 10명 중 9명은 ‘연명치료를 중단하거나 삶을 스스로 마무리하겠다’고 답했다. ‘살려달라’보다 ‘그만하겠다’는 응답이 훨씬 많았다.
16일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에 따르면 성누가병원 김수정·신명섭 연구팀과 서울대 허대석 명예교수는 지난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말기 암 환자 가정 상황’을 설정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지(JKMS) 최신호에 게재됐다.
응답자의 41.3%는 ‘연명의료 결정’을 택했다. 이는 무의미한 생명 연장 치료를 시작하지 않거나 중단해,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겠다는 뜻이다.
‘안락사’는 35.5%, ‘의사조력자살’은 15.4%로 뒤를 이었다. 반면 ‘연명의료를 계속하겠다’는 응답은 7.8%에 그쳤다.
연구진은 “국민 대다수는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하는 것보다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고통을 연장하는 것을 거부하는 결정을 선호한다”고 해석했다.
다만 조사에서는 ‘안락사’, ‘의사조력자살’, ‘연명의료 결정’ 등 의료 용어에 대한 인식 혼란도 드러났다. 특히 ‘존엄사’(death with dignity) 라는 표현이 서로 다른 행위를 뒤섞어 여론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아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은 “존엄사라는 표현은 따뜻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안락사와 연명의료 결정을 뒤섞는 위험한 언어적 착시를 만든다”며 “정확한 용어 체계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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