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들을 감염 위기 빠뜨려” 지적 제기되자
아픈 것은 맞다면서도 “전염될 정도는 아냐”
건강 악화를 이유로 재판 시간 단축을 요청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꾀병’ 논란에 휘말렸다. 법정에 출석하기 전 그가 하마스에 인질로 붙잡혔다가 최근 풀려난 이스라엘 시민들을 껴안으며 기뻐하는 모습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네타냐후에 비판적인 이들은 “총리가 아프다고 거짓말을 했거나, 아니면 오랜 인질 생활로 면역력이 떨어진 이들을 감염의 위험에 노출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타임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이날 텔아비브 지방법원에 출석해 피고인 신문을 받았다. 지난 2019년 뇌물 수수 등 부패 혐의로 기소된 네타냐후는 벌써 5년 넘게 재판을 받고 있으나, 가자 지구에서 진행되는 하마스와의 전쟁 등 안보상 이유로 심리 중지가 잦은 편이다. 이날 재판도 지난 9월 네타냐후가 80차 유엔 총회 참석 등을 이유로 공판 연기를 요청해 받아들여진 뒤 거의 1개월 만에 재개된 것이다.

네타냐후는 재판 도중 심각한 기침과 감기 증상을 호소했다. 그는 “증세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다”며 “의사로부터 ‘며칠 동안 아예 쉬거나 최소한 근무 시간을 단축하라’는 권고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재판부는 예정보다 한두 시간 빨리 신문을 종료했다. 이후 총리실은 네타냐후가 기관지염을 앓고 있다며 “법정을 나선 뒤 휴식처로 직행해 쉬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법원 출석 하루 전인 14일 밤 네타냐후의 동선이 드러나며 그의 비판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네타냐후가 최근 하마스의 억류에서 풀려나 귀환한 시민 대여섯 명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네타냐후는 석방된 인질 및 그 가족들 바로 옆에 앉아 기쁨을 나눴는데, 이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진 나머지 서로 포옹하기도 했다. 풀려난 인질 및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의료 전담팀 책임자인 라가이 레빈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총리가 오늘(15일) 법정에서 주장한 것처럼 심한 감기에 걸렸다면, 왜 어제(14일) 면역 체계가 약화한 인질 생존자들을 찾아가 그들을 (감염) 위험에 빠뜨렸을까”라고 반문했다.
네타냐후가 재판이 받기 싫어 꾀병을 부리고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석방된 인질들 건강에 해악을 끼쳤다고 꼬집은 셈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총리실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네타냐후가 기관지염에 걸린 것은 맞으나, 주변 사람들에게 위험을 끼치지는 않는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네타냐후 진료를 담당한 병원 역시 성명에서 “총리는 적절한 약물로 충분한 치료를 받았다”며 “아직 호흡기에 염증이 남아 있긴 하지만, 총리 근처에 있던 사람들을 감염시킬 정도의 위험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76세 생일이 임박한 네타냐후는 요즘 들어 건강 악화를 호소하는 일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한편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네타냐후 사면을 촉구한 것을 두고 ‘내정 간섭’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4일 이집트에서 열린 ‘가자 지구 평화 협정’ 체결식을 하루 앞둔 13일 이스라엘 의회를 찾아 행한 연설 도중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을 향해 “그(네타냐후)를 사면하세요, 어서. 저는 저기에 앉아 있는 신사(네타냐후)를 좋아합니다”라고 외쳤다.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네타냐후를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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