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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기술·데이터 융합의 시대…‘15.8억 달러’ 빅딜이 부른 컨설팅의 지각 변동 [더 나은 경제,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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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16 09:26:01 수정 : 2025-10-16 0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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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소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본사의 로비 전경.

미국의 대형 공공부문 컨설팅 회사인 부즈 앨런 해밀턴(Booz Allen Hamilton·BAH)은 지난 8월14일(현지시간) 최대 15억8000만달러(한화 약 2조2688억원)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5년짜리 단일 수의계약 수주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명은 ‘대량살상무기 분석·활용 및 데이터 과학 지원 프로그램’(WAEDS·Weapons of Mass Destruction Analysis, Exploitation, and Data Science Support)으로 미 방위정보국(DIA)의 대량살상무기대응(CWMD) 관련 정보 분석·데이터 과학·기술 역량을 통합 지원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정보 생산·배포, 데이터 시각화, 웹 개발, 비즈니스·언어 기반 분석, 대량살상무기(WMD) 기술의 전문성 적용 등이 핵심으로 포함된 이 프로젝트 과제는 작년 9월 발주되었지만, 올해 8월 대외 공지를 하기로 협의한 끝에 14일 발표했다는 게 BAH 측의 설명이다. BAH는 이번 계약을 통해 앞으로 미국의 정보공동체(IC)와 국방부 전반의 CWMD 임무를 ‘기술+무형자산’으로 재무장시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밝혔다. IC는 해외를 담당하는 중앙정보국(CIA), 국내 방첩 중심의 연방수사국(FBI), 테킨트(TECHINT·기술정보)에 특화된 국가안보국(NSA) 등을 총망라한다.

 

1914년 설립된 BAH는 버지니아주 맥클린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매출의 대다수를 연방정부·군·정보기관에서 올리는 공공 섹터 중심의 전략·기술 컨설팅사다. 민간기업 중심의 전통적 경영 컨설팅과 달리 사이버 보안, 신호·영상·휴민트(HUMINT·인간정보) 분석, 전장(戰場)에서 즉각 판단하고 대응하는 에지(Edge) 인공지능(AI), 데이터 파이프라인, 임무 정보기술(IT) 현대화에 특화되어 미 정부의 디지털 전환·정보전(인포메이션 워페어·Information Warfare)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WAEDS 계약 역시 회사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컨설팅업은 하나의 산업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생존을 위한 종합 서비스 생태계’로 불린다. 전략, 회계·금융 자문, IT·디지털, 경제·정책·소송 지원 등 기업의 생존에 필요한 영역을 자문해주기 때문이다.

 

컨설팅이라는 용어가 대표적으로 쓰이는 분야는 전략·경영 분야다. 이 분야의 강자로는 맥킨지 앤드 컴퍼니(McKinsey & Company), 보스턴 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BCG), 베인 앤드 컴퍼니(Bain & Company), 올리버 와이먼(Oliver Wyman), 커니(Kearney) 등이 있다. 이들 업체는 사우디 ‘비전 2030’ 계획 등 국가의 생산성 주도 경제전환 시나리오와 관련한 자문을 통해 투자 규모와 우선순위 부문을 구체화하기도 하며, 글로벌 대기업 경영진을 상대로 조사 기반의 국가별 외국인 직접투자 매력도를 계량화하기도 한다. 또 정부의 투자유치 전략과 기업의 리로케이션(해외 인재의 본국 복귀)·현지화 의사 결정 등을 돕는 것도 전략·경영 컨설팅 기업의 역할이다.

 

회계·감사·금융 리스크 자문도 컨설팅의 대표적 영역이다. 흔히 ‘빅(Big) 4’로 불리는 딜로이트(Deloitte),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언스트앤드영(EY), KPMG가 이 시장을 대부분 점유하고 있다. 이들은 감사·세무·규제·컴플라이언스(법규 준수), 인수·합병(M&A) 실사, 위험 관리 등을 담당하며, 특히 상장 기업의 감사인 역할을 한다. 또 전 세계 은행의 금융범죄·제재 컴플라이언스 고도화 등도 이들 몫이다.

 

시장 규모로 볼 때는 BAH로 대표되는 IT·디지털, 정부·방위 컨설팅 분야가 가장 크다. 이 분야의 컨설팅사로는 액센추어 페더럴 서비스(Accenture Federal Services·AFS), 캡제미니(Capgemini), 코그니전트(Cognizant) 등이 있으며, 이들은 연방 수사기관의 IT 운영 현대화, 나이키와 같은 거대 민간기업의 글로벌 IT 운영 전환, 국방·정보·사이버·AI 분야의 데이터 과학·정보 분석·임무 운영 융합 프로젝트 등을 맡고 있다.

 

인적 네트워크와 협상 능력이 가장 중시되는 주요 컨설팅 분야는 경제·정책·소송 지원 영역이다. 이 영역의 컨설팅은 손실이익·근로소득 손실 산정 관련 소송, 복잡한 손해배상 등에 따른 계산을 계량경제·산업지식으로 입증하는 역할, 반독점·금융 규제에 대한 조언, 의회·정부가 추진하는 산업별 입법 현황 소개, 기업의 법적 위험 경감 등을 맡는다. 대표적 기업으로는 네라 이코노믹 컨설팅(NERA Economic Consulting), 코너스톤 리서치(Cornerstone Research), 더 브래틀 그룹(The Brattle Group) 등이 있다.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의 컨설팅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는데, 주요 요인으로 규제·기술 복잡성의 급격한 대두, 정책·시장·기술 간 교차영역 확대, 기업 M&A 및 인적·물적분할 증가, 계속성 여부가 불투명한 기업의 급증, 기업 운영 전반의 소프트웨어화, AI 도입으로 인한 산업과 근로 인력 구조의 재편, 기후위기 등 자연적인 변화 등을 꼽을 수 있다.

 

국내 주요 컨설팅 기관 역시 다국적 기업과 협업하여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에 지속가능 분야 자문을 진행하던 UN SDGs 협회는 최근 아스던(ASDUN) 컨설팅을 설립하고 써드 써드 브릿지(Third Bridge) 등 금융 전문 글로벌 컨설팅 기관과 협력하여 지속가능금융(서스테이너블 파이낸스·Sustainable Finance) 분야의 실사·정책·공시·거버넌스(지배구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공급망·원가 및 가격 전략·데이터 추적성 컨설팅과 더불어 녹색·사회적·지속가능연계 채권의 프레임워크(어떤 일에 대한 판단이나 결정 따위를 위한 틀) 설계 등 자본시장 연계 컨설팅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국내 컨설팅의 수요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정부·공공분야, 민간 대기업, 에너지·인프라, 규제·공시, 투자·입지 자문, 세제·인력·정치 리스크 영역 등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전 세계 시장과 연동되려면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AI를 비롯한 첨단산업이 실시간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이 산업계가 헤쳐가야 할 대응 영역과 위험은 더 커지는 추세다. 이번 BAH의 WAEDS 수주는 외부 컨설팅이 국가의 정책·안보뿐 아니라 기술·데이터를 한데 묶어 국가·산업의 핵심 과제를 해결하는 시대가 본격화됐음을 알리고 있다. 이러한 시기 한국의 기업·기관·규제 당국도 전략, 규제, 기술, 경제분석의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새로운 시대를 선도할 계획을 짜야 한다. 이제 누가 더 빨리, 더 정확히 외부 지능까지 융합·흡수하느냐가 경쟁력의 분기점이 되고 있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의 공익대표 선임 사외이사, 금융감독원 옴부즈만, 유가증권(KOSPI) 시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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