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제약업계가 ‘한 알로 두 가지 이상의 질환을 해결하는’ 복합제 개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복합제는 주성분이 2종 이상 함유된 의약품으로, 복용 횟수와 약값 부담을 줄여 환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195940]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 ‘나프록센’을 결합한 복합제를 개발 중이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 승인을 획득했다.
NSAID 계열 약물은 근골격계 질환 환자에게 자주 사용되지만 장기 복용 시 위장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HK이노엔의 복합제는 이러한 부작용 위험이 있는 골관절염·류머티즘 관절염·강직성 척추염 환자 중 기존 치료로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도 소염·진통과 궤양 예방 효과를 동시에 구현하는 복합제 ‘UI060’ 임상 3상 시험을 식약처에 신청했다. 대상 질환은 NSAID 복용과 관련된 위궤양 및 십이지장궤양, 근골격계 질환이다. 회사 측은 “개발이 성공하면 NSAID 관련 위장관 질환 치료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령[003850]은 제2형 당뇨병 3제 복합제 개발에 착수했다. 회사는 복합제 후보물질 ‘BR3006’ 시리즈(‘BR3006A·B·C’)를 병용투여했을 때의 약동학적 특성과 안전성을 비교하는 임상 1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당뇨병은 약물 한 가지로 혈당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복합제 경쟁이 특히 치열한 분야다.
이미 시장에는 임상을 마치고 출시된 복합제도 잇따르고 있다.
종근당[185750]은 ‘엠파맥스에스정’(엠파글리플로진·시타글립틴 복합제)으로 4월 국내 품목허가를 받았다.
셀트리온제약[068760]은 고혈압·고지혈증 3제 복합제 ‘암로젯정’을 판매 중이다. 이 약은 ‘암로디핀’(고혈압), ‘로수바스타틴’, ‘에제티미브’(고지혈증)를 한 알에 담았다.
한미약품[128940]은 전립선비대증·발기부전 복합제 ‘구구탐스’를 멕시코에 수출했다. ‘탐스로신’(전립선비대증 치료제)과 ‘타다라필’(발기부전 치료제)을 결합한 세계 최초의 비뇨기계 복합제다.
업계 관계자는 “복합제는 복약 순응도를 높이고 복용 편의성을 개선해 환자 만족도가 높다”며 “제약사 간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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