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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구하지마”… 캄보디아서 실종된 中대학생 마지막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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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15 18:14:18 수정 : 2025-10-16 10:17:44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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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성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이던 장위시(张玉玺·21)가 지난 7월 실종됐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도움이 되고자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갔다가 연락이 두절된 것이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실종된 지 일주일 만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추적 결과 산둥성 옌타이에 있어야 할 장씨는 중국 남부로 이동해 캄보디아까지 건너간 것으로 확인됐다. 장씨의 어머니는 “여권도, 돈도 없는 아이가 혼자 외국에 갔을 리 없다”며 배후에 어떤 세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며칠 뒤 전화가 걸려왔다. 캄보디아에 본거지를 둔 범죄조직이었다. 조직원은 영상통화로 짧게 장위시를 보여주며 몸값으로 20만위안(약 4000만원)을 요구했다. 그는 “몸값을 내지 않으면 아들이 이곳에서 계속 일해야 한다”면서 “대학생이라 이런 기회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장위시의 어머니는 고향에 있는 집을 팔아 자금을 일부 마련했지만, 돈을 주고도 아들이 다칠까봐 바로 송금하기를 거부하며 조직과 연락을 이어갔다. 8월 초 통화에서 어머니는 아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울부짖으며 “제발 돈을 주지말라. 나를 구하지 말고, 엄마 혼자 잘 살아가라”고 했다. 조직원들이 그런 장위시를 위협하는 목소리가 들렸고 전화는 끊어졌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이 사건은 장위시 어머니의 제보로 지난 7,8월 중국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알려졌다. 중국 네티즌들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그가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며 그의 무사생환을 기대했지만 이후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한국 대학생 고문·사망 사건으로 캄보디아 내 범죄조직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에는 태국에 오디션을 보러 갔던 중국 배우 왕싱이 미얀마로 끌려갔다가 사흘 만에 구조된 사건이 있었다. 구조 당시 그의 머리는 삭발되고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그가 감금돼 있던 방에는 다른 젊은이 50여명이 함께 있었다. 경찰은 “왕싱이 통신 사기 조직에 붙잡혀 강제로 범죄 훈련을 받았다”고 전했다.

 

현재 미얀마·캄보디아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하는 통신 사기 조직의 국적은 한국, 중국, 태국 등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각국 젊은이들을 유인해 불법 감금한 뒤 범죄에 동원하는 것이 이들의 주요 수법이다.

 

엠네스티는 이런 조직에서 노동착취를 당하다 탈출하거나 구조된 58명의 인터뷰를 담은 보고서를 지난 6월 발표했다. 거의 모든 생존자들이 고문이나 폭행, 감금, 강제노동을 경험했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기준 캄보디아 내에는 최소 350곳의 범죄 단지가 운영되고 있으며, 22개국 출신 약 15만명이 대부분 강제노동 상태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정부는 주변국과 공조해 범죄 단지 단속을 강화해 왔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올해 상반기까지 동남아 범죄 단지에서 체포하거나 송환한 중국인은 5400명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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