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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가미 데쓰야 그리고 헌금의 본뜻 [종교 칼럼]

입력 : 2025-10-15 11:05:39 수정 : 2025-10-15 11:05:39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hulh198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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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야마가미 데쓰야의 첫 공판이 이달 말쯤 열릴 예정이다. 변호인단은 야마가미가 ‘종교적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검찰은 그의 범행이 종교적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야마가미는 경찰 조사에서 “(모친의) 헌금으로 가정이 파탄 났다”며 “교단에 대한 원한으로, 그와 깊은 관계가 있던 아베 전 총리를 노렸다”고 진술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사람을 해친 행위는 중대한 범죄이지만, 정상이 참작될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그의 왜곡된 분노가 종교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종교단체의 헌금 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커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헌금의 본뜻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신앙 공동체 안에서 헌금과 보시는 신앙인의 마음을 담은 제물이며, 보이지 않는 영적 고백이다. 금액의 많고 적음보다 그 안에 담긴 믿음과 진정성이 중요하다.

 

성경은 헌금의 기준을 분명히 보여준다. 가난한 과부의 두 렙돈 이야기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부자들이 많은 돈을 바쳤으나, 예수께서는 생활비 전부를 드린 과부의 헌금을 더 귀히 여겼다. 사도 바울도 “각각 그 마음에 정한 대로 할 것이요, 인색함으로나 억지로 하지 말지니, 하나님은 즐겨 내는 자를 사랑하시느니라”고 강조했다. 헌금은 강요나 의무가 아닌 자발적 결단이며, 그 안에는 하나님과의 내밀한 관계가 담겨 있다.

 

불교에서도 보시(布施)는 큰 덕목으로 꼽힌다. ‘법구경’은 “적은 보시라도 정성에서 나온 보시는 무량한 공덕을 쌓는다”고 말한다. 물질보다 마음이 중요함을 뜻한다. 부처는 탐욕을 버리고 이타심으로 베푸는 보시가 집착을 끊고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가르쳤다. 작은 선물이나 식사, 선한 말 한마디, 용기를 북돋우는 행동 모두가 보시의 실천이 된다.

 

오늘날 거액의 헌금은 종종 부정적 시선을 받지만, 헌금의 본뜻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 헌금과 보시는 건전한 공동체를 세우고, 가난한 이들을 도우며, 세상에 화평을 전하는 구세의 통로다. 어떤 이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더 큰 목적을 위해 전 재산을 바치기도 한다. 그렇기에 신앙 공동체는 투명성과 공익성을 철저히 지켜야 하며, 사회 또한 그 본뜻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경과 교회사에는 헌금의 은혜를 보여주는 사례가 많다. 구약의 사르밧 과부는 마지막 남은 양식으로 선지자를 대접했을 때 마르지 않는 축복을 받았고, 신약의 바나바는 밭을 팔아 사도들에게 드림으로써 공동체의 신뢰를 얻었다. 19세기 영국의 목회자 조지 뮐러는 고아원을 운영하며 단 한 번도 직접 후원을 요청하지 않았지만,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얻었다. 믿음이 현실 속에서 응답으로 나타나는 신비임을 보여준다.

 

신앙인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성실히 헌금한 뒤, 취업·건강회복·자녀의 축복 등 예상치 못한 응답을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순간은 손실처럼 보여도, 그것이 즉시 혹은 훗날 은혜로 돌아오는 체험은 시대를 넘어 계속되고 있다.

 

야마가미의 분노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헌금의 본뜻을 안다면, 모친의 헌금 행위를 그렇게 단선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헌금은 강요나 맹목이 아닌, 믿음과 사랑의 표현이기에, 그것을 인간적 기준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더욱이 그 문제로 인명을 살상하는 일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희생자 가족이 겪는 고통은 결코 보상받을 수 없으며, 사회 또한 상처와 불신 속에서 정체와 퇴보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지금 야마가미가 해야 할 일은 진정한 참회이다. 그리고 법정과 사회는 회복과 구원의 관점에서 그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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