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 관세 발언으로 주요 코인 가격이 일제히 급락한 지난 11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 테더 가격이 5755원까지 급등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업비트와 코인원 등 국내 다른 거래소 테더보다 3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특히 빗썸은 보유 코인을 담보로 추가 자산을 빌려주는 ‘렌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이상 급등으로 인한 강제청산도 발생했다. 빗썸이 가격 급등으로 연쇄적인 청산이 발생하는 ‘도미노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지만, 이번 이상급등 당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12일 빗썸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22분 빗썸에서 테더 가격은 5755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글로벌 시세 기준 고가는 1.083달러(한화 약 1554원), 업비트와 코인원 고가는 각각 1650원과 1670원으로 약 3배가량의 차이다.
테더는 자산의 가치를 1달러에 고정한 스테이블코인이다. 다른 코인 가격이 변하더라도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는 유지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하락장에는 ‘피신용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늘며 1달러보다 가격이 높아진다. 이날도 국내 원화거래소에는 테더가 원·달러 환율보다 100원 높은 1533원에 거래되고 있다. 글로벌 시세가 1달러로 안정세를 찾은 반면, 여전히 국내 거래소에서는 테더 수요가 높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빗썸의 테더 이상 급등이 렌딩 서비스 청산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100~200원 수준의 차이를 보인 뒤 다시 제가격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레버리지 대여 서비스로 인해 빗썸에서만 이상 급등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만약 1400원에서 담보의 최대치(85%)로 자산을 빌렸다면 약 11% 상승하면 청산이 시작되는 구조다. 또 기존 레버리지 렌딩 이용자의 경우 테더를 이용해 구매한 코인의 가격이 급락해 상환레벨(1.07배) 이하로 내려와도 강제청산이 발생한다.
빗썸은 대여자산을 포함해 보유 중인 메이저 자산의 시세가 자동상환 레벨에 도달하면 이용자가 보유 중인 자산을 모두 시장가로 매도해 원화를 확보한 뒤 대여했던 가상자산을 시장가로 매수해 상환한다. 테더를 빌려 이더리움을 사고 이더리움 가격이 급락한다면 이를 강제로 팔아서 현금을 확보해 다시 최초 대여 자산인 테더를 시장가로 매수하는 구조다.
이번 코인 급락 당시 이 같은 구조로 인해 도미노 청산이 발생하며 빗썸에서만 테더 가격이 5755원까지 올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산 과정에서 시장가 매수가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반복된 청산과 상한선 부재가 테더 가격을 계속 밀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다만 빗썸은 상환레벨이 실시간 현재가가 아닌 특정 주기마다 갱신되고, 시장가 상환 매매 발생 시 시세 왜곡 상태를 점검해 왜곡이 없거나 해소된 경우에만 일정 수량을 주기적으로 주문하는 ‘도미노 청산 방지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고 공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이상 급등으로 인해 실제로 강제청산을 당했다는 투자 사례가 커뮤니티 상에 공개되며 빗썸의 시스템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또 커뮤니티에 올라온 강제청산 투자자가 받은 빗썸의 메시지를 보면, 이상거래가 발생한 6시 22분에서 2분이 지난 24분에 곧바로 자동상환이 실행됐고, 빗썸 측은 정상거래니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줬다고 투자자는 주장했다.
당시 빗썸의 거래 내역과 호가창, 실제 매수 체결 수량, 가격 급등에 따른 청산 내역 등을 더 살펴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날 기준 빗썸이 대여해 준 테더만 937억원에 달하고, 비트코인과 엑스알피 등 상위 3개 종목의 대여금액은 1200억원을 넘는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