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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이 보여준 전쟁의 리허설…새 ICBM ‘화성-20형’이 던진 경고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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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11 18:33:39 수정 : 2025-10-11 18:33:38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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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잘 짜인 블록버스터급 연극이 북한 평양에서 펼쳐졌다.

 

대집단체조(매스게임), 예술공연 ‘조선노동당 만세’, 무장장비전시회에 이르는 대규모 행사가 잇따라 열렸고, 불꽃놀이는 평양 하늘을 화려하게 빛냈다.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이 10일 밤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10일 밤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은 정치적 ‘연극’의 하이라이트였다. 북한이 선보인 첨단 미사일과 무인기 등은 북한의 전략적 억제력과 전쟁수행능력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것을 과시하는 도구였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열병식에서 드러난 것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무력과시를 마친 북한이 시험발사를 단행해 기술 검증 및 개량을 실시한다면, 북한의 위협은 한층 뚜렷하게 다가올 전망이다.

 

◆1년만에 새 ICBM 내놓은 북한

 

북한은 이날 열병식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선보였다.

 

‘최종 완결판’이라면서 지난해 10월 ICBM 화성-19형을 시험발사한 지 1년 만에 새로운 ICBM을 공개한 것이다.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이 10일 밤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20형은 화성-19형처럼 11축 발사차량(TEL)에 미사일 발사관을 얹은 형태다.

 

북한은 ICBM 개발과정에서 미사일 동체가 커지면, TEL의 축을 늘리는 방식으로 차량 길이를 연장해왔다.

 

TEL 축을 추가하는 기술은 난도가 높지 않아서 북한도 어렵지 않게 진행했을 것으로 보인다. 

 

화성-20형의 발사관 앞쪽 덮개가 화성-19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뭉툭하다.

 

화성-19형은 길이가 28m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화성-20형도 이와 유사하거나 약간의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외형적으로는 화성-19·20을 명확히 구분할 특징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언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북한은 지난달 신형 대출력 고체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하면서, 해당 엔진이 화성-20형에 쓰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이 10일 밤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북한이 밝힌 엔진의 최대 추진력은 1971kN(킬로뉴턴). 약 200t 무게를 밀어올릴 힘이 있다는 의미다. 기존보다 60t이 증가했다.

 

향상된 엔진에 고성능 미사일 추진제가 더해지면 미사일 추진체 구조를 3단에서 2단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

 

미사일 구조 단순화로 동체 크기와 중량을 줄여 작전 기동성을 높이려 했다면, 화성-20형 TEL과 발사관은 화성-19형보다는 작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TEL이 기존처럼 11축이라면 화성-20형은 구조 단순화보다 탑재중량 증가를 우선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북한의 핵전략에 상당한 옵션을 제공한다. 

 

탑재중량이 늘어나면 기존 다탄두 미사일보다 더 많은 핵탄두를 탑재하는 다탄두 ICBM 및 메가톤(Mt)급 핵탄두 1기를 싣는 고위력 ICBM 개발이 가능해진다. 화성-19형과 외형상 큰 차이가 없더라도, 성능은 그렇지 않은 셈이다.

 

옛소련 액체연료 ICBM R-36의 경우 엔진 출력과 내구성 향상을 통해 후기형인 R-36M2에선 탑재중량을 5.5t에서 8.5t으로 늘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이 진행됐다고 11일 보도했다. 사진은 신형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인 화성-11마. 노동신문·뉴스1

8.8∼20Mt 핵탄두 1발을 실을수 있고, 실전 배치된 최신형은 750kt급 탄두 10발을 탑재한다. 설계안 중에는 이보다 더 많은 핵탄두를 싣는 것도 있다.

 

북한은 예전부터 단탄두와 다탄두 ICBM 개발을 추진해왔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무기전시회에서 화성-19형을 선보이면서 2종의 탄두부 구조를 설명하는 그림 패널을 설치했다.

하나는 탄두부에 탄두가 하나 들어간 단탄두 그림이고, 다른 하나는 여러 개의 탄두가 들어간 다탄두 그림이었다.

 

북한은 무기개발 과정에서 러시아나 중국의 개념을 참고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ICBM 고도화를 위해 R-36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있다.

 

ICBM에 탑재되는 핵탄두 숫자가 계속 늘어나면, ICBM 1기로 타격할 수 있는 표적 숫자도 더욱 많아진다.

 

북한의 중장거리 극초음속미사일이 10일 밤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고위력 핵탄두 한발을 탑재해 특정 지역 전체를 초토화할 수도 있다. 정밀도가 다소 낮더라도 위력으로 커버할 수 있다.

 

화성-20형의 실제 성능은 조만간 실시될 시험발사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추진·항법·유도 기술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려면 실제로 쏴야 한다.

 

이를 통해 북한은 항법체계와 종말유도체계 기술 등의 검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조만간 화성-20형을 발사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열병식에 앞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에서 등장한 극초음속미사일 화성-11마형도 모습을 드러냈다.

 

글라이더식 극초음속 활공체(HGV)를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에 장착한 형태로서 활공 및 공력비행을 통해 한·미 연합군 미사일방어체계를 돌파할 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경로를 더욱 다양화할 수 있는 만큼 사전 징후 탐지와 신속한 포착 및 예상 요격지점 설정과 정보공유 등이 가능하도록 네트워크 용량과 속도를 한층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중장거리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무기도 등장했다. 단·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모두 극초음속 미사일로 개편했다는 점을 부각, 기술적 우위를 과시하면서 한·미·일 방공망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신형 전차 천마-20형이 10일 밤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교훈 반영 정황도

 

북한이 새롭게 정비한 재래식 전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대폭 반영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지난 2020년 처음 공개됐던 신형 전차는 과거보다 개량된 형태를 갖췄다.

 

조선중앙통신은 신형 전차를 “막강한 공격력과 믿음직한 방호체계를 갖춘 현대식주력땅크 천마-20형”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5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차 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천마-20형에 대해 “신형능동방호종합체와 피동방호수단들, 전자전종합체를 보다 혁신적으로 갱신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능동방호종합체는 대전차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동파괴장치(APS)를 의미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APS가 없었던 러시아 전차들은 우크라이나군의 대전차미사일 공격에 큰 피해를 입었다. 이후 세계 각국 전차에는 APS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북한의 방사포들이 10일 밤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천마-20형은 포탑 상부에 APS 2기가 설치됐다. 북한은 지난 2023년 7월 RPG-7 로켓을 APS에서 발사한 대응탄이 요격하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증가장갑도 포탑 상부와 차체 측면에 추가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자폭드론과 대전차미사일이 포탑 상부와 차체 측면을 타격해 큰 피해를 입힌 것을 의식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연막탄과 전자전체계 등을 종합해서 방호력을 높였다.

 

전차가 자체적으로 강을 건널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노클 장비로 추정되는 것도 포탑에 추가됐다. 

 

포병 기동성이 강화된 것도 열병식에서 두드러졌다.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이 지원한 차륜형자주포와 미국산 하이마스(HIMARS) 다연장로켓, 여러 개의 로켓발사기를 탑재한 민간 트럭 등을 활용해 ‘치고 빠지는’ 포격 전술을 구사했다. 정확도와 기동성이 높은 포병전력은 러시아군에 큰 피해를 입혔다.

 

북한도 열병식에서 하이마스와 비슷한 외형을 지닌 6륜 차량에 로켓발사관 18개를 결합한 방사포를 선보였다. 또다른 6륜 차량에 로켓발사관 22개를 탑재한 방사포도 등장했다.

 

전술탄도미사일 2발은 8륜 차량에 탑재했고, 자폭드론 6발을 실은 발사대도 6륜 차량에 설치된 형태였다.

 

북한의 신형 자폭드론 발사차량이 10일 밤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이같은 특징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이 그랬던 것처럼 한·미 연합군을 상대로 신속·정확하게 공격을 감행한 뒤 빠른 시간 내 이동해서 또다른 작전을 펼치는 형태의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미 연합군은 대포병레이더와 국지방공레이더를 포함한 다수의 감시자산을 갖고 있다. 북한이 공격하면 원점을 빠르게 파악해 반격할 수 있다.

 

북한으로선 한·미 연합군이 반격하기 전에 신속하게 이탈해서 생존성을 높이고, 2차 작전을 감행해서 지속적인 타격을 입히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이번 열병식은 과거보다 규모가 다소 줄어든 모양새다. 하지만 그 위협은 더욱 커졌다.

 

미국을 겨냥한 전략적 억제력과 더불어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한 전쟁수행능력을 함께 높이고 있다는 점이 노골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스런 대목은 북한의 거침없는 행보를 막을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북한을 움직일 모멘텀을 찾기 힘든 현실에서 한·미·일을 겨냥하는 북한의 군사적 행보를 저지할 수 있을까. 한국이 과연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을까.

 

하루하루 강화되는 북한의 핵·재래식 역량 속에서 반전의 키를 찾지 못한다면, 최선(最善) 대신 차악(次惡)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열병식을 단순한 퍼포먼스로만 보는 것이 위험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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