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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후의 독재자, “트럼프가 노벨평화상 받았어야”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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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11 14:11:43 수정 : 2025-10-11 14:16:51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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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수상 소식 듣고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엉터리” 맹비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2025년도 노벨평화상을 수여하지 않은 결정을 강력히 비난했다. 루카셴코는 1990년대부터 벌써 30년 넘게 철권 통치를 하고 있어 ‘유럽 최후의 독재자’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동맹국이나 다름없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전폭 지지하는 입장이다.

 

1994년부터 31년 동안 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유럽 최후의 독재자’로 불린다. 로이터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는 옛 소련의 일부였다가 1991년 소련 해체와 동시에 독립한 나라들의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의 참석차 타지키스탄 수도 두산베에 갔다가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 소식을 접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된 트럼프는 탈락하고 뜻밖에도 베네수엘라의 여성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8)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루카셴코는 트럼프에게 상을 주지 않은 결정을 일컬어 “전적으로 어리석인 짓”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구성원들을 겨냥해 “세계 도처에서의 평화 구축을 위한 프로세스에 해악만 끼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함께 CIS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노벨위원회는 종종 평화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한 사례가 있다”며 냉소적 반응을 보인 것과 일맥상통한다.

 

벨라루스가 옛 소련을 구성하는 자치공화국이던 시절 루카셴코는 소련 공산당원이자 소련군 고위 장교였다. 소련 해체에 반대한 그는 1991년 결국 소련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벨라루스가 독립국이 된 뒤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범죄자들에 대한 엄격한 단죄로 국민적 인기를 얻은 루카셴코는 1994년 벨라루스 대선에 출마해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당시 그의 나이 겨우 40세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두 사람은 절친한 사이로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군사 동맹이나 다름없는 관계다. AP연합뉴스

이후 루카셴코는 대통령의 3연임을 금지한 헌법 규정까지 고쳐가며 계속 정권을 연장했다. “독재 반대”를 외치는 야권 인사들에겐 무자비한 탄압을 가했다. 야당이 사실상 궤멸한 상태에서 이미 31년간 집권했고 제대로 된 경쟁자도 없어 그가 언제쯤 권좌에서 내려올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오늘날 독재자도, 독재 국가도 사실상 사라진 유럽 대륙에서 루카셴코가 ‘유럽 최후의 독재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유다.

 

서유럽 국가들의 제재를 받으며 국제사회의 ‘왕따’로 전락한 벨라루스가 기댈 언덕은 이웃나라 러시아뿐이다. 벨라루스는 경제와 안보를 전적으로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그런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까지 배치하고 군사적 요새처럼 활용하는 중이다. 루카셴코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과 더불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대놓고 지지하는 몇 안 되는 지도자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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