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42주년을 맞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개장 직후 42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처음으로 시가 총액이 300조원 고지를 밟았다. 이에 따라 SK그룹 시총도 사상 처음 400조원을 돌파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협력 모멘텀과 반도체 업황 회복과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리더십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10일 오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개장과 함께 42만6000원으로 시작해 한때 전일 대비 11% 넘게 오른 43만9250원까지 상승, 44만원에 육박했다. 시가총액은 창립 이래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해 317조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 시가총액 200조원을 처음 넘어선 뒤 4개월여만에 ‘300조원 돌파’ 신기록을 세운 것으로, 지난해 말(126조6000억원)과 비교해 1년이 채 되지 않아 180조원 이상 불어난 셈이다.
2012년 SK그룹에 편입된 SK하이닉스는 인수 직전인 2011년 시가총액이 약 13조원 수준이었으나 이후 꾸준히 우상향해 2021년 1월에는 100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해 3월 110조원까지 올랐던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메모리 시장 침체로 2023년 3월에는 55조원대로 반토막나기도 했다.
이후 SK하이닉스는 제품과 기술 개발에 매진하며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나서며 현재의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며 AI 산업에 필수인 HBM 등의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며 종전 메모리 국내 1위이던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D램 시장 1위를 차지하게 됐다.

최근 반도체 업턴(상승 국면) 흐름과 차세대 HBM인 HBM4(6세대) 양산체제 구축, 오픈AI와 글로벌 AI 인프라 파트너십 등도 최근 주가 상승 국면을 이끌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등 양사 경영진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만나 메모리 공급 의향서(LOI)와 서남권 AI DC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SK는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11월 충북 청주에 신규 D램 생산기지인 M15X를 준공하고 주문이 쇄도하는 HBM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현재 50% 이상의 점유율로 HBM 시장 최대 공급자 지위를 가진 SK하이닉스는 AI 큰손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빅테크에 대부분의 HBM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HBM 물량을 이미 완판한 상태며 내년 물량 계약도 협상 중이다.
HBM4도 최근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양산 체제를 세계 최초로 구축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HBM4 샘플을 공급했으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공급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는 “경쟁사들의 HBM 시장점유율은 상승할 수 있지만 SK하이닉스의 우월한 기술력과 양산 경험을 고려할 때 향후 2년 동안 선도적인 시장 입지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SK하이닉스의 선전으로 SK그룹 전체 시총은 이날 423조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4년 당시 약 25조원보다 16배 증가한 규모다. 또 삼성이 2017년 3월 시총 400조원을 넘어선 이래 국내 그룹으로는 8년 만이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가 확보한 반도체 리더십을 앞세워 AI 산업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오는 2030년까지 반도체와 AI 등 분야에 8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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