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종식 뒤 해외 실태조사 등 목적 모호
출장 결과보고서 검증도 불가능
감사원이 최근 5년간 해외출장의 절반 가까이를 비공개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비공개 출장에 쓴 예산은 22억원이 넘는다. 출장 목적이 ‘감사업무’로 분류되면 결과 공개를 면제받는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깜깜이 출장’이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실이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7월까지 감사원의 전체 해외출장 83건 중 40건(48%)이 비공개로 이뤄졌다. 비공개 출장 건수는 2021년 3건에서 2023년과 2024년 각각 13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 출장에 쓰인 돈만 22억1000만원으로, 전체 해외출장 집행액 약 31억5000만원의 70%에 달했다.

현행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정부 대표나 차관급 이상 공무원 출장이나 감사활동에 해당하는 경우 출장 결과보고서를 비공개할 수 있다. 재외공관 점검이나 해외 자료 수집 등 ‘감사업무’로 분류되면 결과 공개를 피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감사업무’라는 기준이 모호하고 광범위해 외부에서는 감사원의 출장 목적이 단순 점검인지 아니면 외유성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한 모호한 기준이 외유성 출장 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대표적 사례로 2024년 대만 출장이 꼽힌다. ‘코로나19 대응실태 진단 및 분석’을 목적으로 약 830만원이 집행됐지만, 코로나19가 사실상 2023년 종료된 점에서 출장 시기와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감사활동’으로 분류돼 결과보고서가 비공개됐기 때문에 검증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후 관리에서도 구멍이 발견됐다. 현행 규정상 국외출장 후 30일 이내에 결과보고서를 제출하고 15일 이내에 인사혁신처의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등록해야 하지만, 이를 어긴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예컨대 2024년 11월17일부터 23일까지 인도네시아 등 2개국을 방문한 출장 보고서는 이듬해 2월11일에야 등록됐다.
박준태 의원은 “감사원이 해외출장의 절반을 비공개로 처리한 것은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전형적인 사례”라며“다른 기관이 이런 식으로 했다면 이미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원이 지출의 투명성을 회복할 때 비로소 헌법상 독립기관으로서의 권위와 신뢰를 지킬 수 있으며, 그 시작은 자신에게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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