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말자 사법개혁” “내란당 해체”
鄭, 개혁 드라이브 기조 재차 강조
친명 의원 “李지지율 하락 살펴야”
강훈식 “마취한 사이 끝나야 개혁”
우상호 “李 생각 전하면 黨 난색”
박지원 “카톡방서나 할 말” 비판
추석 연휴를 전후로 나오고 있는 사법개혁 등에 대한 여권 인사들의 발언이 심상치 않다. 논란을 최소화한 ‘조용한 개혁’을 통해 국정동력을 잃지 않으려는 대통령실과 “폭풍처럼 몰아쳐 전광석화처럼 끝내는 개혁”(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을 바라는 여당 지도부가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대비를 앞두고 당정이 ‘불협화음’으로 비칠 수 있는 장면을 외부에 노출하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내란당 해체” 발언 공유한 鄭
정 대표는 9일 페이스북에 “내란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텐데 너무 뻔뻔하고 염치없다. 빨리 해체시키지 않고 뭐 하나”라는 민주당 지지자의 발언을 공유했다. ‘내란당’은 국민의힘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해석됐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소속 의원 대다수가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에 불참한 데 이어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던 만큼 ‘내란 세력’으로 불릴 만하다는 것이 민주당의 시각이다.
정 대표는 지난 7일엔 “상기하자 조희대의 난, 잊지 말자 사법개혁”이라고 적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대선 직전에 신속 심리한 것은 ‘사법 쿠데타’라는 진보 진영의 시각이 반영된 글이었다. 민주당은 대법원에 대해 실시 예정인 13, 15일 국회 국정감사에 조희대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데 더해 현장검증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에 대한 청문회를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었으나, 조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전원이 불출석하자 격앙된 표정이다.
정 대표의 연휴 중 잇단 강성 발언은 각종 개혁 추진과 관련한 당내 갈등 조짐을 조기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원조 친명(친이재명)계이자 ‘이재명 민주당’ 시절 레드팀 역할을 도맡아온 김영진 의원은 지난달 25일 조 대법원장 청문회를 두고 “급발진”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그러자 강성파인 김용민 의원은 “한가한 상황 인식 아닐까”라며 맞받았다. 김영진 의원은 이후에도 “이 대통령이 특별히 잘못도 없는데 왜 지지율이 우하향해서 떨어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당내 강성파를 재차 겨눴다.

◆“싸우듯이 개혁하는 건 불편”
대통령실은 개혁 필요성엔 동의하면서도 일 처리 방식과 속도를 두고 민주당과 이견을 드러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4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수술대 위로 살살 꼬셔서, 마취하고 잠들었다가 일어났는데 ‘아 배를 갈랐나 보네. 혹을 뗐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게 개혁이어야 한다고 대통령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강 실장은 “개혁이 그렇게 돼야 저항도 줄고, 저항이 줄어야 성공한다”며 “과거에 우리가 숫자가 많고, 여당이어서 하려고 했던 숱한 과제가 안 된 것을 보면 다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도 전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이틀 뒤 KBS라디오에 나와 “제가 대통령의 생각을 (여당에) 전달하면 당이 곤혹스러워할 때가 있다”고 했다. 우 수석은 “중도 진영, 합리적 보수 진영에 계신 분 중에 ‘개혁하는 것은 좋은데, 싸우듯이 하는 것은 불편하고 피곤하다’며 피로를 얘기하는 분들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국민의 사랑을 받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접근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시끄럽지 않게 (개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당이 왜 이래’ 이런 말은 카톡방에서나 하라”고 쏘아붙였다. ‘빅3’(당대표·국무총리·대통령 비서실장) 또는 원내대표와 정무수석을 포함한 ‘빅5’ 간 은밀히 나눠야 할 법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 같은 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정 대표는 대통령실과 거의 매일 소통하고 필요하면 하루에 2∼3차례씩 소통한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개혁 추진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정 관계가 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당과 대통령실이 잘 관리해야 할 대표적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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