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면서 정부가 ‘패키지 후속대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을 확대하는 방안과 함께 추석 이후 과열 양상이 이어질 경우 세제까지 테이블에 올려놓는 분위기다. 다만, 세율이나 공제·과세표준 등을 뒤흔드는 대규모 세법 개정의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컸던 만큼 공시가격 현실화율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공정비율)을 상향하는 방안에 무게가 쏠린다.
9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은 추가적인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6·27 대출규제에 이어 9·7 공급 대책이 발표됐던 만큼 ‘세제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실제 최근 차관급 회의에서도 보유세 강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등의 세율이나 과표 등 부동산 자산 과세 체계를 건드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주택 상승기에 오히려 집값 상승 기대심리만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과거 문재인정부에서 종부세와 함께 양도세가 강화되면서 매도 심리 회피에 따른 매물 감소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바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가능하면 세제는 부동산 시장에 쓰는 것을 신중히 추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이나 공정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간접적인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대책은 시행령 개정 사안이어서 국회 동의 없이 정부가 시행할 수 있다. 올해 시세 대비 공시가격은 평균 69%(공동주택 기준)이고, 공시가격에서 과표를 산출하는 종부세 공정비율은 60%(1주택자)다. 각종 공제요인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과표가 시세의 41%(시세×0.69×0.60)에 불과한 셈이다. 이전 정부 당시 80%에서 60%로 끌어내렸던 공정비율을 다시 원상복구하고, 공시가 현실화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보유세 부담이 상당 폭 커질 수 있다.
후속 대책에는 대출 한도를 더 조이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분석된다. 6·27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면서 부동산 과열 양상이 다소 진정됐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9·7 공급 대책에 실망한 수요자들이 다시 매수세로 돌아서며 대출 규제의 ‘약발’이 다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체계 내에서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SR은 차주의 연간 소득 대비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현재 은행권 기준으로는 40%를 초과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이 한도 자체를 낮추거나 전세대출·정책대출 등 그동안 예외로 둔 영역에도 DSR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현행 40%인 DSR 한도를 35%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아울러 주담대 한도를 현재 6억원에서 4억원으로 낮추거나 특정 주택가격 초과 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0%를 적용하는 방안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 다만 특정 가격선을 기준으로 규제를 적용할 경우 오히려 ‘선수요’를 자극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돼 우선순위에서는 다소 밀린 분위기다.
규제지역 확대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서울 성동구와 마포구를 비롯한 ‘한강 벨트’ 권역 및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가격 오름폭이 두드러지는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기과열지구는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곳(1.5배)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조정대상지역은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1.3배 이상이면 지정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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