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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소침한 마크롱, 佛 학자 노벨상에 “국가적 자부심” 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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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08 11:23:16 수정 : 2025-10-08 11:23:15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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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드보레 교수,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
“프랑스의 미래 컴퓨터 연구 수준 훌륭해”

여소야대 국면에서 극심한 정치적 위기를 겪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스웨덴 한림원이 7일(현지시간) 발표한 올해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 3명 가운데 프랑스 학자가 있기 때문이다. 마크롱은 “국가적 자부심”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그가 임명한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가 최근 여소야대 의회의 불신임으로 낙마하고 바이루의 후임자로 지명된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총리마저 취임 27일 만에 자진 사퇴하면서 2017년 5월 취임 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 AFP연합뉴스

마크롱은 노벨물리학상 발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미셸 드보레가 양자역학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며 “우리나라로서는 엄청난 자부심”이라고 환호했다. 이어 “이 상은 미래의 컴퓨터 연구를 개척해 온 프랑스 연구가 훌륭함을 기리는 것”이라고 커다란 의미를 부여했다.

 

최근 자신이 임명한 총리가 의회 다수를 점한 야당의 등쌀에 못 이겨 취임 27일 만에 물러나는 등 곤경에 처한 마크롱으로선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미국의 명문 예일 대학교와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타바버라 캠퍼스(UC 샌타바버라)에 재직 중인 미셸 드보레 교수는 처음에 미국 국적자인 것처럼 알려졌다. 스웨덴 한림원이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 3인의 프로필을 대형 화면에 띄우며 드보레 교수가 속한 학교 이름과 더불어 ‘미국(USA)’이란 국가명을 표기했기 때문이다. 노벨상은 수상자의 국적보다는 어느 나라, 또는 어느 기관에서 활동하며 상을 받을 만한 업적을 세웠는지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명문 UC 샌타바버라에 재직 중인 미셸 드보레 교수가 7일(현지시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선정 소식이 전해진 뒤 샌타바버라의 자택 앞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프랑스 국적의 드보레는 양자 컴퓨터 연구 분야의 업적으로 존 클라크(영국), 존 마르티니스(미국)와 함께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으로 받게 됐다. AP연합뉴스

드보레 교수는 1953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중·고교와 대학은 물론 물리학 박사 과정까지 프랑스 국내에서 마쳤다. 이후 1982년 ‘포스트닥터’(박사 학위 취득 후) 연구원 과정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UC 버클리)에서 수행한 것을 계기로 미국 물리학계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 그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현재 프랑스·미국 복수 국적자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오랜 기간 미국 대학에 몸담으며 그곳에서 쌓은 연구 업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프랑스는 미국, 영국,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다. 하지만 문학상이 아닌 과학 및 경제학 분야 수상자를 보면 프랑스를 떠나 미국 등 외국 대학이나 연구소에 둥지를 튼 사례가 많다. 일부는 현지 시민권까지 취득하고 정착한 복수국적자이기도 하다. 유럽을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학문 강국이지만 프랑스 역시 ‘고급 두뇌 유출’이란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다.

 

마크롱의 주도로 프랑스 정부가 지난 4월 ‘과학을 위해 프랑스를 선택하라’(Choose France for Science)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정치적 이유로 미국 내 대학과 학문의 자유가 위축되자 미국의 석학과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는 학자들 사이에 출국 바람이 불었다. 마크롱은 이들에게 “프랑스에서 연구는 최우선 과제이고 혁신은 곧 문화이며 과학은 무한한 지평”이라며 러브콜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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