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속 한 장면이 세계인의 입맛을 흔들었다.
주인공 루미가 김밥을 한입에 베어 무는 장면이 해외 팬들에게 밈(meme)으로 확산되면서 ‘통김밥 챌린지’가 열풍처럼 번진 것이다.

이어 추석 연휴에 맞춰 공개된 다큐멘터리 ‘김밥의 천국’이 190개국에 스트리밍되자 김밥은 단순한 길거리 음식이 아닌 ‘K-푸드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경북 김천은 스스로를 ‘김(밥)천(국)’으로 브랜딩하며, 세계 김밥 열풍의 무대 한가운데에 섰다. 오는 25~26일 열리는 제2회 김천김밥축제는 명실상부한 ‘K-김밥의 성지’로 도약하기 위한 시험대다.
◆지난해 ‘김밥 대란’ 올해는 달라진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1회 김천김밥축제는 주최 측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준비된 1만6000개의 김밥은 순식간에 동나고, 10만명이 몰리며 일부 방문객은 김밥을 맛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천시는 올해 이를 교훈 삼아 축제를 대폭 리뉴얼했다. 행사장은 기존 사명대사공원에서 직지문화공원으로 확대 이전했고, 김밥 판매업체도 8곳에서 30곳으로 늘렸다.
관람객 편의를 위해 셔틀버스는 4배 확대하고, ‘단무지존’ ‘오잉존’ ‘햄찌존’ 등 테마형 섹션을 도입해 가을 소풍 분위기를 구현한다.
또 모든 부스에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대형 전광판으로 김밥 재고 현황을 실시간 안내한다.
◆콘텐츠와 음식의 만남, 글로벌 팬덤 자극
전문가들은 이번 열풍을 ‘K-컬처와 K-푸드의 이상적 결합 모델’로 해석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케데헌의 김밥 장면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글로벌 팬덤의 참여를 유도한 밈의 기폭제였다”며 “한류 콘텐츠가 전통 음식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문화 소비 방식의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밥은 단순한 간편식이 아닌 한국인의 미감과 정체성이 담긴 ‘롤드 다이닝(rolled dining)’”이라며 “지역마다 다른 스토리가 있는 만큼, 축제는 김밥 문화의 스펙트럼을 세계에 보여줄 기회가 된다”고 덧붙였다.
◆‘김(밥)천(국)’ 전략, 지역 경제를 살리다
김천시는 ‘김밥천국’이라는 익숙한 표현을 지역 정체성과 연결해 ‘김(밥)천(국)’ 브랜드를 내세웠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지난해 축제 이후 직지사 방문객 수가 2배 이상 증가했고, 숙박·외식업 등 지역 상권도 활기를 되찾았다.
전문가들은 “김천시는 김밥이라는 단일 콘텐츠를 지역경제 활성화의 킬러 콘텐츠로 만들었다”며 “단순한 먹거리 행사를 넘어 브랜딩에 성공해 체류형 관광으로 연결한 모범 사례”라고 평가한다.
◆김밥축제, K-푸드 투어리즘의 미래 모델
김천김밥축제는 이미 ‘2025 소비자가 뽑은 가장 신뢰하는 브랜드 대상’과 ‘2025 대한민국 축제 콘텐츠 대상’을 수상하며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밥축제는 단순히 먹는 행사에 머물지 않는다. 가을 정취와 어우러진 테마형 체험을 통해 ‘푸드 투어리즘’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운영 방식은 글로벌 팬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전했다.

김밥은 이제 한류 드라마·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소품을 넘어 전 세계인이 경험하고 싶은 K-푸드의 상징으로 진화하고 있다.
김천이 ‘김밥의 성지’로 부상한 이유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콘텐츠와 지역, 음식이 맞물린 문화 확장 모델의 성공적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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