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두고 고깃값이 들썩이고 있다. 한우를 비롯해 돼지고기·닭고기까지 일제히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장보기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올해는 특히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과 명절 특수 수요가 겹치며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한 달 만에 15% 넘게 오른 한우값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등급 한우 등심의 100g당 평균 소매가는 1만4832원으로, 불과 한 달 전(1만2871원)보다 15.2% 비쌌다.
1년 전(1만2164원)과 비교하면 21.9%나 뛰었다. 설도·양지·안심 등 다른 부위도 최소 4%에서 최대 12% 이상 오름세를 보였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은 명절을 앞두고 수요가 몰린 데다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으로 고급 한우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공급은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한우값 폭락으로 농가가 도축량을 줄인 여파다. 지난 8월 소 도축 마릿수는 8만6000마리로, 1년 전보다 27.7% 급감했다.
◆수입육·돼지고기·닭고기까지 ‘연쇄 상승’
한우값 급등은 다른 육류에도 불똥을 튀겼다. 호주산 소갈비살은 지난달 30일 기준 100g당 5494원으로, 한 달 전(2990원)보다 83.7% 폭등했다.
국산 돼지고기 갈비는 전월 대비 5.4%, 닭고기 절단육은 ㎏당 8613원으로 1주일 전보다 2.3% 올랐다.
한우의 ‘대체재’로 꼽히는 수입육과 돼지고기·닭고기까지 가격이 덩달아 상승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차례상 비용은 줄었지만…“고기만 문제”
흥미로운 점은 과일·채소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전통시장에서 차례상을 차리는 비용은 오히려 줄었다는 점이다. 올해 추석 성수품 구입비는 평균 23만6723원으로 지난해보다 1.7% 낮았다.
명절 차례상에 빠질 수 없는 한우·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 체감은 여전히 ‘물가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단기적 과열’로 분석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명절 특수와 소비쿠폰 지급이 동시에 작용해 수요가 폭증했지만, 공급은 작년 도축량 감소로 줄어든 상태라 가격 불안이 불가피하다”며 “축산업은 생산 조정에 최소 1년이 걸리는 구조여서 단기 대응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절 시즌에는 여전히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 수요가 몰리기 때문에 가격 급등이 반복되는 패턴이 나타난다”며 “정부의 소비쿠폰 정책이 취지는 좋지만 공급이 제한된 품목에 적용되면 오히려 물가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깃값 급등은 단순히 가계 부담을 넘어 생활물가 전반을 흔드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수입육 유통 확대, 비축 물량 방출 등 정부 차원의 단기 대책과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스마트 축산 시스템을 통한 수급 조절 능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에는 1~2인 가구 증가에 맞춘 소포장 육류, 대체 단백질 제품 개발 등 대응이 요구된다. 명절은 상징적 소비 시기인 만큼, 고깃값의 오르내림이 소비심리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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