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 난항, 미국 내 한국인 구금 사태 등으로 다소 신뢰가 흔들린듯한 한·미 동맹을 다시 재건하기 위한 열쇠로, 양국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의 순항 여부에 새삼 이목이 집중된다.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차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조선소 현장 등을 둘러볼 것이 예상되면서, 이를 계기로 관련된 진전이 있을지가 관심이다.
7일 외교가에 따르면 MASGA 프로젝트는 방위와 경제 협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중요한 과업이다. 군사 동맹으로서 한·미가 공유하는 정보의 밀도 역시 한층 더 높아지고, 한국의 우수한 기술 이전 및 국내 기업에 경제 효과 발생 시 상호 이익을 얻을 분야가 많다.
유지훈은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MASGA 프로젝트에 대해 “F-35 프로그램이 생산, 정비, 부품 공급에 여러 파트너를 참여시키는 것처럼 공동의 이익을 강화하면서 부담은 분산하는 ‘동맹 군함 건조 체계’를 제도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내에서 해군 함정 생산의 아웃소싱이 미국 방위 산업 주권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한 반론이다. 유 연구위원은 이런 시각을 두고 “동맹의 회복력이 작전 상호운용성뿐 아니라 산업 상호운용성으로도 측정되는 경향이 커지고 있음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연구위원에 따르면 미국은 이를 통해 희석되던 산업 역량을 증폭시키고, 전략적 설계와 지휘권을 확고히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한국 역시 주요 동맹국과 방위 산업 통합 측면의 획기적인 진전을 이뤄내면서, 한국을 미국 시스템의 구매자로 제한하지 않고 세계 안보의 공동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라 분석된다.
더 광범위한 동맹의 이점도 있다. 미 해군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선체 수와 정비 심도를 확보하도록 보장함으로써 억지력의 신뢰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한·미는 더욱 긴밀한 전략적 상호의존 관계로 묶일 수 있다.
방위비 분담을 강조해 온 미국의 입장에도 MASGA의 역할은 부합한다. 유 연구위원은 “방위비 분담의 동맹국 기여를 병력 배치나 주둔국 지원이라는 관점으로 좁게 보는 대신, 산업 및 기술 측면에서 재정의하는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의 첨단 해군 기술과 설계 표준을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을 얻을 수 있어, 자선이 아니라 상호 강화가 가능한 파트너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은 미국 내 법적 제약 등이 해소될 것이란 확신이 없다. 한국의 주도적인 대미 관여 노력이 중요해 보인다.
오인환 동아시아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조 바이든 행정부 때도 조선 협력은 추진되었지만 미 행정부 인사들의 한국 조선소 방문 등 협력 아이디어가 많았음에도 실질적 결과물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결국 한·미 조선 협력을 가로막는 법적 제약을 해결해야 한다. 현재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히는 것은 존스법(미 연안 운항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 소유, 운행되어야 함)과 번스-톨레프슨법(미 해군이 직접 외국 조선소와 해군 선박 건조 계약 체결을 금지하며 하청업체 계약도 막음)이다.
이런 현실을 보완하기 위해 ‘상선 동맹국 파트너십법’이 발의돼 한국, 일본 등 동맹국 조선소의 선박 개조 시 수입 관세를 면제하고 미 연안으로 운송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다. 관련된 다른 법들의 개정안도 다수 발의되긴 했으나 대부분 상임위원회 계류 또는 후속 조치의 미진으로 실제 입법은 불확실하다고 평가된다.
오 연구위원은 “한국은 일본과 달리 미 함정의 모항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유지·보수·정비(MRO) 협력에 제약이 크며, 법 개정 없이는 협력을 현실화하기 어렵다”며 이에 따라 블록 모듈 생산·납품 후 미국 현지에서 조립하는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노동자들의 여론을 주시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업계 노조의 강력한 보호주의를 무시하지 못해 동력이 약화하는 측면도 있다. 미국 최대 노조인 AFL-CIO의 철강노동지부는 동맹국 조선소 이용이 자국 노동자의 직업 안정성을 해친다며 법 개정을 반대하는 로비에 힘쓰고 있다.
미 조선업계는 외국 조선소가 전투 함정을 건조하는 것을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며, 기술 유출 등 국가안보와 결합하는 데 대한 반대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오 연구위원은 전망했다. 특히 기술 유출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 역시 민감하게 받아들여 온 부분이다.
한국의 대응 전략에 대해 오 연구위원은 행정부와 의회에 대한 동시 관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국회, 기업, 민간 차원에서 네트워크를 구성해 미국 의회에 대한 적극적인 관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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