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봉산문화회관 미술 전시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나체로 묘사한 그림을 전시해 논란이 일자 대구 중구청이 전시실을 폐쇄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대경미술연구원은 봉산문화회관에서 기획 전시회를 진행했다. 작가 19명의 예술품 50여 점이 관객을 만났다.

작품 가운데 홍성담 작가의 ‘동학의국’이란 제목의 그림에는 손바닥에 윤 전 대통령을 닮은 인물이 나체로 그려졌다. 의료진은 이 인물을 해부했다. 인물의 손바닥엔 ‘임금 왕’ 한자가 적혀있고, 그림 아래에는 “아래 괴수와 무뢰배 놈들이 역병을 여기저기 옮기고 있으니 절대 주의할사!”라고 적혔다.
홍 작가의 '똥광'과 '팔광' 작품도 전시했다. 각각 화투패에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그려진 그림과 보름달 속에 이승만 전 대통령 얼굴이 담긴 그림이다. 봉산문화회관은 주최 측인 대경미술연구원에 홍 작가의 그림 3점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대경미술연구원 측은 “이번 전시는 시대정신을 탐구하는 미술가를 초청하고 그 태도와 미술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이를 거부했고,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이 나서 “정치적인 작품은 회관 운영 조례상 전시할 수 없다”며 해당 작품이 걸린 1전시실을 폐쇄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폐쇄했던 전시는 지난달 28일부터 재개했다. 주최 측이 정치와 예술의 대립 담론으로 흐르는 상황을 막으려고, 논란이 된 작품을 철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경미술연구원은 회원 전체 명의로 선언문을 내고 “우리는 폐쇄된 전시실의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다. 예술이 정치적 목적에 희생되거나 이용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가십거리가 아니라 미술인이 관찰하고 형상화한 시대정신을 제대로 관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행정기관의 처사에 큰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이번 전시회의 본래 취지를 되찾고, 다양한 ‘시대정신’이 공유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