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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파출소 털렸는데…내부 지침·규정 무시한 경찰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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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01 17:45:02 수정 : 2025-10-01 17:45:01
창원=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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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소년들에게 경찰서와 파출소가 털리는 황당무계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서와 파출소에서 압수‧보관 중이던 같은 오토바이가 연이어 두 번이나 도난당하면서다.

 

압수된 오토바이. 경남경찰청 제공

야간에 청사에 침입해 오토바이를 훔쳐 갔는데도 경찰은 2주 동안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관련 내부 지침은 물론 자체 규정도 지키지 않는 등 총체적으로 압수물 관리 감독이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창원서부경찰서는 절도 혐의 피의자 10대 A군으로부터 압수한 125cc 오토바이를 지난달 3일 오전 2시10분쯤 경찰서에서 도난당했다.

 

이 오토바이는 A군이 지난 8월30일 함안의 한 아파트에서 훔친 뒤 창원 지역에서 타고 다니다 도난품인 사실이 확인되면서 압수한 것이었다.

 

그런데 오토바이 압수 3일 뒤 A군이 친구 B군과 함께 경찰서에 침입해 훔쳐갔다.

 

경찰은 압수물 창고가 꽉 차 보관할 곳이 없어 압수한 오토바이를 압수물 창고가 아닌 경찰서 건물 외부 한쪽에 보관하고 있었다.

 

이렇게 외부에 보관하더라도 오토바이 바퀴에 잠금장치를 해야 했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내부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이번 압수물 도난 사고가 있기 전까지는 잠금장치조차 없었다. 이 사고 후에야 잠금장치를 부랴부랴 구해 뒤늦게 다른 압수물들을 잠갔다.

 

경찰은 도난당한 지 2주가 흐른 지난달 17일이 돼서야 압수물 처리를 위해 확인하던 중 오토바이가 없어진 것을 알았다.

 

경남경찰청은 지난 8월 도내 23개 일선 경찰서에 '통합증거물보관실 일일 점검표'를 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창원서부서는 이 지침도 지키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달 4일 A군을 불러 최초 오토바이 절도 사건을 조사할 당시에도 전날 A군이 압수한 오토바이를 이미 훔쳐간 사실도 몰랐다.

 

압수된 오토바이를 훔쳐 갈 당시 경찰서에는 당직 근무자가 있었지만, A군이 오토바이 시동을 걸고 유유히 청사를 빠져 나가는데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의 관리 부실은 또 있었다.

 

지난달 16일 창원서부서 관할 파출소에서 임시 보관 중이던 소유주 불명의 오토바이가 도난당했다.

 

그런데 파출소에서 도난당한 이 오토바이는 창원서부서에서 도난당한 그 오토바이였다.

 

A군이 경찰서에서 훔친 오토바이를 A군 친구들이 타고 다니다 “번호판 없는 오토바이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경찰이 소유주 확인을 위해 파출소에 임시 보관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난 것이었다.

 

지난달 18일 A군이 다시 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다 소음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A군은 추적하던 경찰의 정지 요구를 무시한 채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넘어져 뇌출혈 등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경찰은 A군과 B군을 특수절도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파출소에서 훔쳐 간 오토바이를 A군이 어떻게 타게 됐는지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선섭 창원서부경찰서장이 압수물 관리 부실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강승우 기자

또 경남경찰청은 압수물 도난 총체적 부실 원인을 밝히고자 감찰에 착수했다. 창원서부경찰서 압수물 관리 담당자 등 3명이 감찰 대상이다.

 

경남경찰청 감찰계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대상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경남경찰청 수사과는 통합 증거물 관리체계를 전수조사하고,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김선섭 창원서부경찰서장은 이날 공식 브리핑에서 "압수물 관리 부실로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다"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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