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마다 유기·유실 급증
서대문구 반려견 돌봄쉼터 운영
맡긴 일수 무관하게 ‘5000원’
화성시는 위탁비용 일부 지원
서울 17개區 펫위탁소 운영도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내품애센터’ 반려견 돌봄 쉼터. 5평 남짓한 놀이실에서 하얀 털을 가진 비숑 두 마리가 주황색 공을 쫓아 신나게 뛰어다녔다. 반려동물 관리사 마리나(53)가 공을 던지자 자매지간인 몽실(9)이와 코코(8)는 서로 먼저 물려고 꼬리를 흔들며 달려들었다. 놀이실 한쪽에는 배변패드가 깔려 있고, 펜스 4개로 둘러싼 임시 견장에는 강아지들이 잘 때 쓰는 방석이 놓여 있었다. 몽실이와 코코 같은 반려동물들은 이곳에서 추석 연휴를 보낼 예정이다. 내품애센터 반려견 돌봄 쉼터는 이번 추석 연휴인 3∼9일 운영 예정이다.
개천절과 주말이 겹친 이번 추석은 최장 열흘까지 쉴 수 있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고민이 깊다. 고향을 방문하거나 여행을 가고 싶지만 반려동물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추석과 같은 명절 성수기에는 반려동물 위탁 비용이 급등한다. 서울 기준 소형견을 펫호텔에 맡길 경우 평소 1박에 5만∼8만원이지만 명절에는 10만원대까지 치솟는다. 집을 방문하는 단기 펫시터 역시 평소 시급 1만∼2만원대에서 명절에는 3만원 이상으로 오른다. 6년째 말티즈를 키우고 있다는 김명길(52)씨는 “펫호텔 등에 맡기면 하루에 최소 5만원을 내야 해서 부담이 크다”며 “그렇다고 강아지만 집에 두고 가자니 신경 쓰여서 나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 사이에서 이번 추석 연휴 반려동물 유기가 늘어날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게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추석 연휴 때만 해도 버려진 동물이 하루 100마리 이상 발생했다.
1일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5일) 동안 유실·유기 동물 612마리가 구조된 것으로 집계됐다. 연휴 기간이 6일로 비교적 길었던 2023년 추석 때는 무려 1000마리가 구조됐다. 하루 평균 160여 마리꼴로 버려진 셈이다.

여러 지자체가 추석 연휴 기간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서대문구 내품애센터의 경우 이용료는 위탁 일수와 무관하게 5000원으로 동일하다. 하루만 맡겨도, 일주일 내내 맡겨도 같은 금액이다. 다만 유기견을 입양한 구민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센터는 오전 9시부터 밤 8시까지 훈련사와 자원봉사자 12명이 교대로 근무한다. 밤에는 당직실에서 폐쇄회로(CC)TV로 모니터링한다. 이렇게 하루 최대 15마리, 최소 8마리를 돌본다. 전용 오픈채팅방도 열어 하루 한 번씩 반려견 사진을 보내 보호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마리나는 “하루에 두세 번 정도 홍제천 쪽으로 산책을 나간다”며 “놀이실뿐 아니라 옥상에 있는 실외놀이터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마리나는 러시아에서 반려동물 미용사로 일하다 한국에 와서 지난해부터 이 센터에서 반려동물 관리사로 일하고 있다.
경기 화성시는 그동안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위탁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던 데서 올해 추석부터는 대상을 시민 전체로 확대했다. 서울시는 종로구, 성동구 등 17개 자치구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우리동네 펫위탁소’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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