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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포기’ 강요에 하마스 수용 의문… 트럼프, 궤멸전 으름장

입력 : 2025-10-01 06:00:00 수정 : 2025-09-30 23:02:47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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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 ‘트럼프 종전안’ 합의… ‘가자전쟁’ 분수령

하마스 무장해제·국제 신탁통치 등 담겨
트럼프 “하마스 합의 거부하면 이 지원”

美·이 가자 종전안 합의

하마스 “아직 문서 못 받아” 신중
팔 독립국가 수립 제시 로드맵 없어
PA·아랍·유럽 일제히 환영 선언
네타냐후 회담 후 “가자 잔류할 것”
평화구상과 달라 점령 지속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가자지구 평화구상’을 발표하고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스라엘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년 가까이 이어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가자지구 전쟁에서 사실상 하마스에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美·이스라엘 ‘트럼프 종전안’ 맞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최후통첩’에 가까운 ‘가자지구 평화구상’을 발표한 뒤 얼굴을 맞대고 친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평화구상에 양측이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가 수락하면 내 제안은 모든 인질들을 즉시 석방하되 72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따라서 인질들은 돌아올 것이며, 이는 전쟁의 즉각적인 종식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평화구상의 큰 틀은 가자지구에 국제 신탁통치기구를 두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 명목상의 연결을 유지하며 아랍·이슬람 다국적 안보군이 배치되는 것이다. 하마스가 인질을 송환하면 이스라엘도 수감된 가자주민을 석방하며 무장 해제한 하마스 대원은 사면한다. 평화 구상엔 가자지구 재건 방안도 담겼다.

 

다만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하마스는 가자지구 통치에서 손을 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는 무장해제될 것이고 가자지구는 비무장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9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주재 미국 대사관 분관 앞에서 하마스에 의해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의 가족과 지지자들이 이들의 즉각적인 석방과 전쟁 종식을 촉구하고 있다.   텔아비브=AP연합뉴스

심지어 미국은 하마스가 제안을 지연시키거나 거부하면 이스라엘군이 테러 요소를 제거한 지역에서만 치안, 원조가 이뤄질 것이라며 추가 군사작전까지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의 임무 완수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하마스 궤멸전 지원을 공식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구상과 관련해 “아직 문서를 못 받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존재 포기’에 해당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 같은 요구를 하마스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이번 평화구상에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원하는 독립국가 수립을 위한 로드맵도 제시하지 않는 등 이스라엘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내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해 가자지구 내부의 지지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8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이 사전 경고 이후 공습한 가자지구 가자시티 내 고층 건물인 마카 타워에서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가자시티=AP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가 이 합의를 거부할 가능성도 항상 있다”면서도 하마스가 합의하고 싶어한다고 알고 있다며 “(하마스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것 같다”고 낙관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도 기자회견 자리에서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회담 이후 텔레그램에 게시한 영상 성명에서는 “모든 인질을 무사히 구출할 것이며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대부분에 잔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평화구상에 담긴 내용과는 다소 다른 언급이다. 평화구상에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무기한 주둔하는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철수하고 점령 지역을 미국·아랍국과 국제파트너들이 구성한 국제안정화군(ISF)에 이양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하마스가 통치권을 포기한 뒤에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점령을 지속해서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이 사전 경고 이후 가자지구 가자시티 내 고층 건물인 마카 타워를 공습한 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건물 주변을 떠나고 있다.   가자시티=AP연합뉴스

일단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통치권을 놓고 경쟁해 온 PA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잔류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평화구상에 대한지지 입장을 내놨다. PA는 성명을 통해 “가자에서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진지하고 굳센 노력을 환영하며, 평화로 가는 길을 찾는 그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PA는 이번 구상에서 향후 가자 통치기구 참여가 배제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계획에서 PA가 아닌 자신이 의장을 맡는 평화위원회가 임시 통치기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이집트, 요르단,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 아랍권 8개국은 이날 외무장관 명의의 공동성명에서 “미국 대통령의 역할과 가자전쟁 종식을 위한 진심 어린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유럽에선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가 환영 대열에 합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엑스(X)에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전쟁 종식과 모든 인질 석방 보장에 대한 헌신을 환영한다”면서 “이스라엘이 이런 기반에서 단호히 임할 것을 기대하고, 하마스는 즉시 모든 인질을 석방하고 이 계획을 따르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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