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대치 속 중립성 원칙·책임감 막중”
지난 4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였던 박형수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 직전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당시 본회의에서 대정부질문만을 진행하기로 여야 간 합의가 됐으나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 철회 촉구 결의안 상정을 요구했고, 우 의장이 이를 수용해 본회의에 상정했다고 주장하면서다.

우 의장이 ‘편파적’이라고 주장하는 야당 의원들의 불만은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민주유공자법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투표에서 명패수와 투표수가 불일치한 결과에도 우 의장이 재투표를 선언하지 않은 점을 두고 다음날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국회의장으로서의 책무를 벗어던지고 노골적으로 민주당 국회의원 행세를 하고 있다”는 맹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국회의장의 ‘중립성’ 문제는 우 의장 개인에 한정할 수 없는, 보수·진보 진영을 막론하고 늘 제기됐던 논란거리다. 다만 여야의 대치가 전례 없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우 의장이 협치를 위한 ‘중재자’ 역할에 보다 적극적이기를 기대하는 시선이 정치권 내에도 적잖다.
21대 국회 후반기를 운영한 민주당 출신 김진표 전 의장은 ‘여야 합의’와 중립성 원칙을 강조한 끝에 민주당 내에서 “답답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의장은 국회의장 퇴임 후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의장은 당적을 버리고 중간자의 입장에서 조정안을 통해 여야의 협치를 만들어내는 게 제일 중요한 소임이라고 생각한다”는 소회를 밝혔다. 김 전 의장 재임 당시 원내지도부였던 야당의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김 전 의장이 민주당 의견을 전부 수용하지 않고 여야를 중재하려고 노력한 결과 오히려 민주당에 유리한 결과가 도출된 적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21대 국회 전반기를 운영한 민주당 출신 박병석 의장도 개원 후 첫 원구성 논의에서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를 연기하는 결단을 내리며 합의를 촉구한 바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의도에서 정치가 실종된 상황이다 보니 우 의장이 중재자로서 갖는 책임감이 역대 어느 의장보다도 막중해졌다고 본다”며 “국회가 제대로 돌아갈 때 국회의장의 존재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우 의장이 정치 회복에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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