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 장교(대위) 총기 사망 사건이 발생한 육군3사관학교가 총기 보관함을 여는 데 필요한 열쇠 5개를 한 곳에 일괄 보관해온 것으로 29일 파악됐다. 총기 관리에 철저를 기하려고 마련한 ‘5중 안전장치’를 관리 편의를 위해 스스로 무력화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관련 규정 정비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황명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군으로부터 받은 보고에 따르면, 3사관학교 무기고에서 총기를 꺼내려면 5단계를 거쳐야 한다. 먼저 무기고의 상·하단 잠금장치를 풀기 위해 열쇠 2개가 필요하다. 이후 카드키로 잠금장치를 풀어야 총기 보관함으로 접근할 수 있다. 총기 보관함을 열기 위해서도 상·하단 잠금을 해제하기 위한 열쇠 2개가 있어야 한다. 이 5개 열쇠를 빠짐없이 소지하고 있어야 총기를 꺼낼 수 있는 것이다.

이들 열쇠는 행정반 내 ‘통합열쇠보관함’에 일괄 보관돼왔다. 이 보관함만 열면 총기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열쇠들을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던 셈이다. 통합보관함을 열기 위해서도 2개의 열쇠가 필요했다. 그런데 오후 5시30분부터는 현역 장교가 아닌 당직 생도 2명이 열쇠를 각각 나눠갖고 있었다. 열쇠들은 오후 9시가 돼서야 지휘통제실(지통실)에서 당직 사·부령에게 인계됐다.
이번 사건 당시엔 당직 생도 1명이 나머지 1명의 열쇠까지 받아 챙겨 지통실로 향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숨진 대위는 지통실로 가던 당직 생도에게 ‘내가 반납하겠다’며 통합보관함 열쇠 2개를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통합보관함 운영과 관련해 군 관계자는 ‘규정에 따른 것’이란 입장이라고 한다. 육군 규정에 따르면 무기고 열쇠는 일반열쇠 보관함과 구분해 별도의 ‘통제성 열쇠 보관함’에 보관 운영해야 한다. 해당 보관함은 중대급 이하 부대의 경우 행정반에, 대대급 이상 부대는 지통실에 두게 돼 있다. 잠금장치 2개를 풀기 위한 열쇠는 간부들이 이원화해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황 의원은 “로그인을 5번 하게 만들어놓고선 비밀번호는 동일하게 설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총기를 꺼내기 위해 5개의 열쇠가 필요하도록 만들어놓고 그것들을 한 곳에 보관하는 것은 열쇠를 나눠놓은 의미를 스스로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총기 관리는 장병뿐 아니라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군은 반드시 잘못된 규정을 개정하고 편의주의적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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