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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한민족의 사회 구조와 변화 [‘한민족 서사, 문화와 세계를 품은 이야기’]

관련이슈 참사랑 , 한민족 대서사시

입력 : 2025-09-29 11:13:41 수정 : 2025-09-29 11:23:25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hulk198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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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민적 정체성의 사회구조를 성찰하다

 

한민족은 왜 특별한 민족일까. ‘한민족 선민 대서사시’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쓰여졌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온 사회 구조와 공동체 정신을 살펴보면, 선민이라는 말은 한민족의 역사적 정체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임을 알 수 있다. 이번 연재는 ‘한민족 선민 대서사시’에 대한 다양한 시선, 특히 사회학과 정치학적 시각을 교차하며 한민족의 길을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민족은 역사적으로 독특한 사회 구조와 문화를 형성하며, ‘선민’으로서의 특성을 보여왔다. 고대부터 한민족은 하늘부모님, 즉 인류의 부모와 같은 존재를 신앙의 중심에 두었고, 이를 기반으로 가족과 씨족 중심의 공동체적 질서를 발전시켰다. 초기 국가인 단군조선에서부터 왕과 신하, 일반 백성 간의 역할과 책임이 명확히 구분되었으며, 이는 사회적 통합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핵심 기제로 작용했다.

 

김규태 작 ‘한민족의 제천의식’(부분도).

하늘부모님 신앙과 공동체적 질서

 

사회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초기 공동체 구조는 기능주의적 측면에서 사회 질서와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였다. 각 개인이 공동체와 가족 내 역할을 수행하며, 서로의 책임을 공유하는 구조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사회적 연대감(solidarity)을 강화하고, 외부 위협이나 내부 갈등에도 공동체가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신라의 가배와 같은 제천 행사와 의식은 이러한 사회 구조의 통합 기능을 보여주는 사례다. 제천 의식은 종교 행사에 한정되지 않고, 정치 권력과 결합하여 구성원 간 결속을 강화하고 공동체적 규범을 재확인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오늘날 사회학에서 말하는 ‘사회적 자본’의 초기 형태로 볼 수 있으며, 공동체 구성원의 상호 신뢰와 협력, 규범 준수에 해당한다.

 

한민족은 또한 백의민족이라는 별칭에서 드러나듯 평화와 도덕을 중시하는 민족적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 특성은 전쟁과 외세 침략, 내부 혼란 속에서도 사회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윤리적 장치로 작동했다. 예를 들어 16세기 임진왜란과 20세기 일제강점기 동안 지역 공동체와 가족 중심의 네트워크는 민중의 생존과 저항을 가능하게 했으며, 현대 사회학에서 말하는 ‘위기 대응을 통한 공동체 유지’ 사례로 평가된다.

 

여성신화와 샤먼 전통 또한 중요한 사회학적 의미를 가진다. 여성 중심 신화나 샤먼의 권한은 공동체 내에서 다양한 역할과 의사결정 참여를 가능하게 하여 사회 구조의 유연성을 확보케 했다. 실제로 고려시대 무속과 도교적 의례에서 여성과 샤먼의 역할은 마을 공동체에서 갈등 조정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중세와 근세로 들어서면서 한민족은 중앙집권적 국가 구조가 강화되고 유교적 질서와 계급 체계가 자리 잡았지만, 하늘부모님 신앙과 공동체 중심 전통은 여전히 사회적 통합의 기반으로 남았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향촌 사회에서는 유교적 관료 체계와 지역 공동체의 상호 협력 구조가 공존하며, 공동체의 규범과 윤리 체계가 일상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통합되어 있었다. 이는 사회학적으로 ‘이중 구조’라고 불릴 수 있으며, 중앙집권적 정치권력과 지역사회 자율성이 상호 보완하는 형태로 작동했다.

 

정치와 국제 사회에서의 확장

 

현대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전통은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사례 속에서도 이어진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지역사회와 가족 중심의 상호부조(mutual aid)와 자발적 협력은 민간 차원의 금융 지원과 생계 유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주민 자치회, 지역 의료 협력, 자원봉사 네트워크 등에서 공동체 정신과 협력이 발휘되며 사회 안전망을 보완했다. 이는 고대와 근세 한민족 공동체의 협력 구조가 현대 사회에서도 지속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치적 측면에서도 한민족의 공동체적 전통은 사회적 결속과 질서를 유지하는 근거가 된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제와 시민 참여 운동, 현대 사회에서의 NGO 활동은 지역 사회 내 자율성과 협력적 의사결정을 기반으로 발전했다. 이는 한민족의 역사적 경험이 단순히 문화적 유산에 그치지 않고, 현대 민주주의 참여와 정치적 책임 수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제적 관점에서도 한민족의 사회 구조와 협력 정신은 한국의 글로벌 입지와 연결된다. 다국적 기업, 국제 협력 프로젝트, 개발 원조 활동 등에서 나타나는 집단적 의사결정과 상호 책임 의식은 역사적 공동체 정신과 연결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의 해외 프로젝트에서 팀 단위 협력과 의사결정 방식은 전통적인 씨족·마을 중심 공동체에서 길러진 상호 신뢰와 협력의 문화와 유사한 구조를 보여준다.

 

한편, 한민족의 선민적 특성은 종교적·문화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하늘부모 신앙과 공동체적 전통이 결합되어 위기 상황에서도 질서와 협력, 공동체적 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경험은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도전, 예컨대 개인주의 확산, 지역 공동체 약화, 국제적 경쟁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한민족의 역사적 경험과 사회적 적응 능력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하나님의 섭리 속에 선택된 선민으로서의 특성을 보여준다. 위기 속에서도 질서와 협력, 공동체적 가치를 지켜온 한민족의 경험은 오늘의 한국 사회가 국제사회에서 직면한 도전과 기회를 이해하는 통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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