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변화로 임신 중 첫 고혈당 발생
난산·신생아 합병증 발생 위험 올라
고령·비만 임신부 늘며 유병률 증가세
‘일시적’ 인식 탓 57% 추적검사 안 받아
출산 후에도 제2형 당뇨 위험 6배 증가
체중관리 위해 식이조절·운동 병행해야
2022년 둘째아이를 가진 김모(42)씨는 임신 7개월 임신성 당뇨 판정을 받았다. 가족력도 없고, 첫째 때는 임신성 당뇨 검사를 무사히 통과했던 터라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적잖은 충격을 받은 김씨는 하루에 3∼4차례 혈당수치를 재며 철저히 식단 관리를 하고, 운동도 꾸준히 이어간 끝에 건강하게 아이를 출산했다. 이후 육아와 회사 업무에 바빠 당뇨에 대해 잊고 지내던 그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또다시 높은 혈당 수치를 확인했다. 출산 후 한동안 정상으로 돌아온 줄 알았던 혈당이 다시 높아져 제2형 당뇨 위험군이라는 경고를 받은 것이다. 김씨는 “임신 때만 조심하면 끝인 줄 알았다”며 “꾸준한 검진과 생활습관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을 실감한다”고 털어놨다.
임신성 당뇨 검사는 많은 임신부가 두려워하는 관문이다.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태아의 과도한 성장으로 난산과 분만 손상을 초래할 수 있어 임신부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관리하는 질환 중 하나다.
그러나 출산 후에는 임신성 당뇨를 겪은 상당수 산모들이 권고된 추적검사를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성 당뇨병 환자 절반 이상이 평생 당뇨와 심혈관질환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이를 임신으로 인한 일시적 질환으로 인식해 관리를 소홀히 하는 탓이다.
◆임신당뇨, 출산했다고 안심하면 ‘큰일’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 중 호르몬 변화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면서 고혈당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임신 중에 처음 발생했거나 발견됐다는 점에서 임신 전 당뇨와는 구별된다. 28일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국내 임신성 당뇨병 유병률은 2013년 7.6%에서 해마다 증가해 2023년 12.4%를 기록했다. 임신 전 당뇨병 유병률도 전체 임신 중 2%를 넘겼다.
고령 임신 증가와 식습관 변화 등으로 인한 산모 비만도 상승이 임신부들의 당뇨병 유병률을 밀어 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35세 이상 임신부의 임신성 당뇨 유병률은 19.4%에 이른다. 최근 10년간 전체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은 31.8세에서 33.5세로 높아졌으며, 임신성 당뇨 또는 임신 전 당뇨 진단을 받은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은 각각 34.5세, 35.5세로 더 높았다. 또 같은 기간 산모의 임신 전 체질량지수(BMI) 역시 21.1㎏/㎡에서 22.3㎏/㎡로 증가했고, 정상혈당 산모에 비해 임신성 당뇨 산모의 비만율은 뚜렷이 높았다.
임신성 당뇨를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태아가 지나치게 커져 분만 위험을 높이고, 신생아 저혈당이나 황달, 호흡곤란 등 합병증 발생률도 증가한다. 대부분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혈당 조절이 가능하지만 약 10~15%의 임신부는 인슐린 주사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임신성 당뇨가 단순히 임신 중의 혈당 조절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경우 출산 후 태반이 배출되면서 개선되지만 첫 임신에서 임신성 당뇨가 있으면 다음 번 임신에서 재발 가능성은 50% 이상이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임신성 당뇨 병력이 있는 여성은 출산 후에도 현성 당뇨와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더 높다. 정상혈당 산모와 비교했을 때 제2형 당뇨병의 발생 위험은 6.1배, 심뇌혈관질환 위험은 1.5배 높고, 임신 전부터 당뇨병을 앓던 산모의 경우 심뇌혈관질환 위험은 3.8배까지 치솟는다.
◆1∼3년 정기검사 등 체계적 관리 필요
그러나 임신성 당뇨를 겪은 산모 중 57%가량은 출산 후 추적검사를 받지 않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전부터 당뇨병을 앓았던 산모 중에서도 3분의 1은 추적검사를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신성 당뇨가 호르몬 변화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인식이 있는 데다 출산 후 육아 등의 현실적 제약으로 꾸준한 관리가 쉽지 않은 탓이다.
전문가들은 임신성 당뇨가 향후 만성질환의 위험 신호라며 산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신성 당뇨가 있었던 여성은 출산 후 6~12주 사이, 혹은 수유 중단 후에 75g 경구 당 부하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이 검사에서 정상 결과가 나오더라도 여전히 제2형 당뇨병 등의 발생 빈도가 높기 때문에 1∼3년 간격으로 정기 추적검사를 해야 한다. 특히 임신 중 인슐린 치료를 받았던 산모나 비만 산모는 고위험군에 해당해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을 통한 체중관리 등 생활습관 관리도 필수다.
최성희 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기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출산 후에도 산모가 당뇨병과 심혈관질환의 고위험군으로 남는데, 절반 이상이 추적검사를 받지 않는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모와 신생아 건강을 위해 임신성 당뇨병을 조기 발견·치료하는 것은 물론 출산 이후까지 이어지는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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